일본의 근대 학문과 국사 편찬 -수사(修史) 사업을 중심으로-

Abstract

이 글에서 필자는 기존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일본의 근대 역사학의 성립과정에서 나타난 방법상의 문제와 ‘국사 편집’ 문제를 살펴보았다. 메이지 신정부는 ‘왕정복고’의 이념에 따라 ‘육국사(六國史)’・『대일본사(大日本史)』를 계승하는 형태로 『대일본편년사(大日本編年史)』의 편찬사업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국사’의 학문방법론인 ‘고증사학=실증주의사학’도 형성되었다. 또한 메이지 전기의 수사 사업을 둘러싼 논쟁 가운데 하나는 한문과 일문 가운데 어느 쪽이 타당한지의 갈등이었다. 한문과 동아시아 세계의 보편성, 일본과 민족 고유의 문화적 특수성 논쟁은 역사서술을 위한 표현기법의 문제와 연결되었다. 일본 근대 역사학의 성립에는 메이지 신정부가 설립한 역사편찬기관에 종사하던 학자들이 커다란 역할을 수행했다. 그들의 대다수는 한학의 소양을 바탕으로 ‘고증학’이라는 본문비판(text critic)의 방법론을 습득했다. 수사 사업에 초기부터 관여한 시게노 야스츠구 등은 고증학의 방법론에 의거하면서 자료의 수집과 비교검토, 역사적 사실의 확정에 중점을 두었다. 수사사업에 관여한 그룹은 천황의 칙서 한문에 의한 정사 편찬을 표방한 것으로부터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한학자이고, 1875년 이후 수사국의 간부였던 시게노 야스츠구는 청대 고증학의 전통을 이어받는 실증적 방법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론을 둘러싸고 수사관 내부에도 의견의 차이가 노출되었다. 1892년 구메 구니타케의 필화사건으로 인해 구메가 제국대학 문과대학 교수직을 박탈당하자, 1893년 이노우에 고와시 문부대신은 『대일본편년사』 편찬사업의 중지와 사지편찬계의 폐지, 더욱이 편찬위원장 촉탁인 시게노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후 국가 기관에 의한 사서 편찬은 정사 편찬이 아니라 사료 편찬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제국대학에 설치된 사료편찬계는 『대일본사료』의 간행을 중심적인 사업으로 삼았다. 1930년대에 국체명징운동의 영향을 받아 다시 정사 편찬의 움직임이 높아졌고 문부성 주도로 국사편수원이 설치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사업이 이루어진 것은 1945년 8월 이후이고, 반년만에 GHQ에 의해 중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