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과 하이즈(海子)시 비교연구- 도시와 육체의 시적 표상을 중심으로

Abstract

허수경과 하이즈이 시는 한국과 중국의 각기 다른 현대사를 배면에 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시적 표상으로서의 도시와 육체는 억압과 저항해야 하는 것, 답답한 현실과 지향하고자 하는 세계 사이의 갈등을 첨예하게 부각시키면서 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자 했는지, 나가서 인간적인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회한과 반성을 독려하는 매개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허수경과 하이즈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처한 현실적인 모순을 보여주는 상상의 공간으로서의 고향을 상정했다. 그러나 하이즈에게 고향이 현실의 모순을 극복할 유토피아적 공간이라면 허수경에게 고향은 주어진 현실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공간도 역동적인 공간도 아니었다. 이처럼 이들 시에서 도시성은 반유토피아적 의식을 표상한다는 측면에서는 거의 유사한 맥락을 형성하고 있지만, 대타적인 의미에서 호명하고 있는 ‘고향’의 의미에는 차이가 있다. 또한 이들은 역사적으로 다른 상황에 처해있으면서도 권력과 억압에 대항해 개인의 자유와 국가보다는 작은 공동체의 의미를 찾고자 했던 작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이들이 직면했던 현실적인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며, 이들이 속한 문학적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이 두 작가의 비교연구는 그런 측면에서 문학(화)사적 특성뿐만 아니라 동시대 한국과 중국의 역사적 현실을 작품 내적으로 접근해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것이라 하겠다. 앞으로 본격적인 한중문학의 연구는 보다 개별적인 특수성과 섬세한 작품분석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문학적인 언어로 상상하고 표현하는 작가의 사유적인 표상은 역사적 경험의 차이와 공분모 속에서 인간이 추구하고자 했던 삶의 방향과 원망의 구체적인 표상을 ‘비교’라는 방법론으로 더욱 심화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