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범의 양형에 관한 비교법적 고찰

Abstract

단일범뿐만 아니라 경합범에 대하여도 죄에 상응한 양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러 명을 강간하거나 살해한 범죄자가 단지 한꺼번에 재판을 받는다는 이유로 따로 재판을 받을 때보다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을 받는다면 정의롭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경합범에 관한 타당한 형을 찾는 과정은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형법은 경합범에 관하여 4개 조문만을 두고 있다. 경합범은 우선 실체적 경합범과 상상적 경합범으로 나뉜다. 실체적 경합범은 다시 동시적 경합범 및 사후적 경합범으로 분류된다. 경합범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1개의 형이 선고된다. 동시적 경합범의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기 또는 다액의 1/2까지 가중된다. 한편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참고적 양형기준제를 시행중이다. 양형기준상의 다수범죄 처리기준은 개선할 점들이 많다. 최종 형을 산출하는데 중한 3개 범죄만 고려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가중의 상한도 기본 범죄의 상한에 2번째로 중한 범죄의 권고형량 상한의 1/2과 3번째로 중한 범죄의 상한의 1/3을 각 합산하여 정하지만 위 방식을 채택한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 대륙법계 국가들은 성문법령으로 경합범 양형에 관한 원칙들을 천명하고 경합범에 대하여 최종 형 하나를 도출한다. 반면 영미법계 국가들은 각 범죄마다 형을 정하고 이를 동시형 또는 누적형으로 집행할 것인지 정한다. 세계적으로 미국 내 20여 곳과 영국에서 양형기준제가 시행되고 있다. 미국식 양형기준은 주로 범죄의 심각성에 기초한 등급표를 활용한다. 미국 연방 양형기준에 제시된 경합범 양형기준은 세밀하고 계량적이다. 영국 경합범 양형기준은 동시형이나 누적형의 선택 기준을 간략히 제시하는데 그친다. 개선책을 마련할 때 특정 나라의 모델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속적 연구를 진행하되 시급한 문제점을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양형위원회에서 범죄 심각성에 관한 통일적인 등급표를 마련한다면 등급을 상호 비교하기 쉽다. 이와 같은 등급표가 마련되지 않더라도 권고형량 범위의 상한을 상호 비교하여 최종 양형을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권고형량의 산정에 최대 3개 범죄만을 고려하는 기준은 합리성이 없으므로 폐지할 필요가 있다. 최종 형의 산정에 중한 범죄들은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범죄의 심각성이 매우 중한 범죄는 원칙적으로 형량을 누적 합산할 필요가 있다. 사후적 경합범은 확정판결과 동일하게 재판을 받았을 경우와 비교하여 중하지 않게 벌한다는 기준을 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합범의 양형과정이 판결문에 투명하게 나타나도록 하여 양형위원회가 이에 관한 실증적 자료를 쉽게 축적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노력을 통하여 경합범 양형의 여러 난제에 관한 최선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