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과 한 식민지 지식인의 의식의 추이-김광식의 '식민지' 분석-

Abstract

본 논문은 전혀 타의로 태평양전쟁 속에 던져진 한 식민지 지식인(한동사)의 의식의 변모를 추적했다. 그는 제국주의 심장부 동경에 체류하는 동안 민족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탐닉했다. 그의 의식 속에는 식민지 말기의 피폐한 조국, 식민지 조선은 없었다. 그는 학도병 지원제라는 상황에 직면하여 국외도피를 결심한다. 이때 그의 내면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탐닉과 민족적 정서가 혼재된 상태였다. 변모된 의식 때문에 한동사는 조국의 식민지 상황을 절감한다. 그의 도피 여정은 조선의 경계를 넘어 만주의 여러 도시로 이어진다. 안동과 봉천을 거쳐 만주국의 수도 신경에 도착한다. 이 무렵 한동사를 사로잡고 있었던 식민지 정서 때문에 그의 민족적 성향이 부각된다. 민족성 차원에서 일본인에 대한 한동사의 비판은 날카롭고, 부정적이다. 그러나 또 한편 한동사의 의식 속에는 여전히 보헤미안적 자유에 대한 동경도 존재한다. 영구에서 한동사는 일본 밀정 ‘검은 눈’에 체포되어 헌병대, 경찰청, 형무소 등을 전전하는 도중 일본의 패망과 함께 석방된다. 그는 일본의 급격한 몰락을 보면서 현대사 속에 일본의 제국주의화 과정을 회상한다. 일본인과 제국주의의 상관관계에서 그의 의식의 감상적 추상성이 드러난다. 끝으로 작가는 반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한동사는 일본인 거주지를 약탈하는 중국인, 떠돌이 개떼에 뜯어 먹히는 어느 일본 노인의 처참한 죽음, 해방군으로 들어온 소련군 병사의 행패 등을 목격한다. 그들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고,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된다. 모순이다. 이 모든 모순은 결국 전쟁 상황에서 배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