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대신(大臣)의 사망과 국가적 예우(禮遇)

Abstract

고려시대 관인 상장례의 규정이나 내용에 대해 令文이나 依主의 형태로 전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경종대에 관인들의 墓制를 제정하였다는 기록이나 고려사 예지 제신상 등을 통해서 고려초부터 관련 규정을 정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는 있다. 이 글은 이러한 단편적 편년 기록을 토대로 사망한 관인들에게 국가가 베푼 예우를 크게 여덟 가지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먼저 국왕이 亡人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는 擧哀가 있으며, 많은 경우에 哀悼, 震悼와 같이 표현되기도 한다. 사신을 보내 亡人에게 제사를 지내고 喪主를 위로하는 祭奠과 弔慰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별도로 亡人의 행적을 정리한 誄書라는 문서를 내려주기도 한다. 다음으로 장례와 관련한 각종 물품을 내려주는 贈賻, 賻儀가 있으며, 장례 절차를 관리, 감독하는 官庀葬事가 있다. 이는 監護喪事, 護葬 같이 비슷한 의미의 다른 표현으로도 나타난다. 그리고 百官에게 장례식에 참여하도록 하는 會葬이 있으며, 관직을 높여 주는 贈職과 시호를 내려주는 贈諡도 있다. 다만 증직과 시호의 경우에는 반드시 상장례의 경우에만 내려주는 은택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일정 기간 조회를 중지하는 輟朝가 있다. 관인이 사망하면 상주나 당해인이 소속한 관사에서 조정에 보고하였을 것이다. 국사의 사망시에 해당 승려의 門人이 보고하는 사례를 찾을 수 있으나, 관인의 경우에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나아가 국가가 상장례와 관련하여 베풀어주는 예우의 대상은 諸臣喪에 ‘大臣’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는 ‘公相의 예’로 대우하였다는 한유충의 사례나 ‘宰臣’이라 대우한다는 고려말에 사망한 이인복의 사례로 보건데, 국가에서 예우를 베푸는 대신은 구체적으로 재신을 의미한다. 물론 예외적으로 와명을 내려 특별히 대우해주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그리고 이렇게 국가에서 조문과 제전, 관직 추증, 시호, 부의 등의 예우를 베풀어주는 것을 國葬이라 하였다. 이는 그만큼 해당 관인에게 국가에서 베풀어주는 예우를 잘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국가의례는 국왕 또는 국가를 주체로, 신하는 그를 돕는 존재로 상정하여 설정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凶禮 중 ｢諸臣喪｣에 담긴 의례는 諸臣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의 의례와 다소 성격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