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반기 아시아 설탕 시장과 “아시아 역내 교역론”의 재고 - 태고당방(太古糖房) 영업 분석을 중심으로 -

Abstract

이 글은 동아시아 근대 제당업 연구의 문제 제기를 소개하면서 아시아 역내 교역론에 대해 비판적 리뷰를 하고 있다. 아시아 역내 무역론은 일본의 근대적 성장이 아시아에 자율적인 지역 내 분업을 가져왔고, 아시아 시장에서 영국 등 서구 자본을 대체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의 동아시아 제당업 연구를 참고로 하여, 이 글은 이른바 아시아 시장을 둘러싼 “영일” 경쟁을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트랜스내셔널 디아스포라 자본(transnational diaspora capital)” 대 “국민국가 자본(national capital)”의 경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 글은 실증적으로 일본당과 태고당의 경쟁과 동아시아 설탕 시장을 사례로 아시아 역내무역에서 주장하는 일본 산업자본의 유럽(특히 영국) 대체와 승리가 과연 정확한가를 검토하고 있다. 홍콩 태고당방(Taikoo Sugar Refinery, TSR)의 월별 보고서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중국 시장의 동향과 홍콩의 제당자본인 태고당방의 영업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관찰을 얻었다. 첫째로, 일본당의 진출 이후에 홍콩당은 중국 시장에서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양적으로 질적으로 성장했다. 둘째로 홍콩당의 몰락은 1925년 반영 보이콧과 중국 민족주의의 고조라는 정치적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셋째로 세계대공황 시기에 일본당의 우세는 만주사변이라는 정치 군사적 환경 변화와 자바 길더의 폭등과 엔화 폭락이라는 환율 변동이 결정적이었다. 그나마 대공황 시기에는 자바당, 홍콩당, 일본당 모두 손실을 감수하고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덤핑 판매를 감수해야했다. 이러한 시기에 시장 점유율의 의미는 크게 약화된다. 전체적으로 1930년대를 전후하여 아시아 시장에서 자바당과 홍콩당이 퇴조한 것은 제국주의 경쟁에서 유럽 자본의 패퇴가 아니라, 내셔널리즘 위에 성장한 아시아 국가 자본에 디아스포라 상인자본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 제약받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