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학의 눈으로 바라 본 킹스턴의 『여인무사』

Abstract

이 연구의 목적은 중국계 미국인 작가인 맥신 홍 킹스턴(Maxine Hong Kingston)의 처녀작인 『여인무사』를 통해 1940-1960년대의 미국 이민, 특히 아시아계 소수민족의 이민의 역사 속에 점철된 소수자이자 사회적 약자로서의 중국 여성이 겪는 삶의 질곡을 탐색해봄으로써 미국 이민의 실상과 이민자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있다. 이는 중국 여성의 삶을 통해 소수 민족 이민의 경험을 살펴보는 계기를 만들어줌으로써 미국 이민 연구에서 인종 요소가 중요한 문제였음을 다시금 인식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고, 이는 이민자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의 본질을 올곧게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민의 나라,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을 실로 다양하다. 이민은 국가 형성의 가장 중요한 기제였던 만큼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밝히는데 매우 중요한 연구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서 불구하고 미국 이민 연구에서 인종 요소는 그다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더욱이 인종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민족문제, 특히 비유럽계 소수민족의 이민에 대한 연구도 매우 드물다. 이민자들 가운데서도 흑인과 아시아계는 언어와 외모를 잣대로 차별을 오랫동안 감내해야만 했는데, 이는 미국의 역사 면면에 흐르고 있는 인종차별주의의 필연적 귀결이었다. 더욱이 20세기 초반 과학적 인종주의나 우생학이 이민 및 인종문제와 결부됨으로써 미국의 인종차별주의는 이민정책이나 입법과정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는 상당기 간 미국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었다. 이런 풍토에서 미국에 건너온 많은 이들은 차별을 벗어나기 위해 백인처럼 행동하고, 백인처럼 사고하며, 백인처럼 말하고자 했는데, 킹스턴의 『여인무사』는 이민자들의 미국 정착에의 동화과정에서 빚어진 차별과 편견의 고된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킹스턴이 자신의 자전적 소설에서 잘 보여준 바와 같이 미국은 자유와 기회의 나라가 아니라 차별과 편견이 펼쳐진 또 다른 트라우마의 진앙지였고, 이것이 우리가 인종 요소를 미국 이민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논제 가운데 하나로 다루어야만 하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