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이라크 전쟁:영미 특수 관계와 블레어 수상의 리더십

Abstract

이라크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에 있어 영국의 블레어 정부는 프랑스나 독일처럼 영국과 비슷한 수준의 국력을 가진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상이한 정책노선을 취했으며, 그것도 당내 다수 의견과 국민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렇게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영국 정부의 결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攀 영국의 이라크 정책뿐만 아니라 영국 외교정책 자체가 국제정치이론적으로 흥미로운 사례를 제공한다는 지적이 있다. 영국은 더 이상 초강대국(superpower)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일부 논자들이 지칭하고 있는 것과 같은 중위권 국가(middle power)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약소국(small power)은 더더욱 아니라고 한다. 영국은 “아직도 강대국으로의 면모를 일부 유지하고 있는가 하면, 타국가들과의 복잡한 상호의존관계 속에 묶여있는가 하며, 국방과 경제 영역에서 동맹국가나 국제기구 등과의 지속적인 흥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영국은 국가들을 분류하는 어느 범주에도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Smith 1991, pp.66. Williams 2005, pp.3에서 재인용). 만일 영국의 여러 가지 행태들이 국제정치체제 내에서 영국이 차지하고 있는 이러한 독특한 위상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강대국, 약소국, 중위권 국가로 나누는 분류방식에 의거한 기존 국제정치이론으로는 영국을 설명하기 어려우리라는 것이다.攀攀상식과 기존 이론의 관점에 근거한 직관으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영국의 대 이라크 정책에 대해 현재 크게 두 가지의 설명 방식이 눈에 띈다. 하나는 영국과 미국 사이의 이른바 ‘특수 관계’(special relationship)에 초점을 두는 설명 방식이며, 또 하나는 블레어 수상 개인의 리더십 스타일에 주목하는 설명 방식이다. 이 두 가지 설명 방식은 사회과학 연구에 있어 구조 수준과 행위자 수준의 변수를 강조하는 두 가지 대별되는 접근 방법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구조 변수와 행위자 변수의 상대적 설명력에 대한 평가는 전통적으로 사회과학적 탐구의 방법론적 논쟁에서 중요한 축을 이루어 왔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논쟁의 맥락 속에서 이라크 전쟁에 대해 영국이 취한 정책의 근원을 찾아본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이상의 두 가지 설명 방식에 근거한 주장들의 타당성 검증을 위해 과학적 엄밀성을 갖춘 인과론적 설명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많은 외교정책연구가 그러하듯이, 아직은 이라크 전쟁에 관련되는 여러 가지 결정들이 내려지는 과정에 대한 객관적 지식을 획득하기에 필요한 충분한 사료가 제공되지 않고 있을 뿐더러, 사실 이 논문을 집필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이라크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 현재 진행형인 사안이기 때문에, 상황을 균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영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글들이 발표되고 있지만,攀 Williams(2005), pp.192.攀攀 세련된 이론적 사고의 기반 위에서 영국정부의 대 이라크 정책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연구가 아직 눈에 띄지 않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며, 따라서 본 연구 또한 영국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새로운 이론적 설명의 시도보다는 현재 알려진 사실들을 토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기존의 논의에서 제기되는 설명 방식들을 소개하고, 이 설명들이 갖는 한계를 지적함으로써 향후 이론적 기반에 근거한 보다 완결성을 가진 연구를 시도할 수 있는 토대의 구축에 기여하는 것으로 연구의 목적을 제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