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都 여행, 과거의 발견과 영토의 소비 - 식민지 시대 경주 기행문을 중심으로 -

Abstract

이 글은 식민지 시대 경주 기행문을 근대 - 식민지 - 소비대중문화라는 의미망 속에서 읽음으로써 이 시기 고도 여행자와 여행 공간의 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이를 통해 식민지 시대 여행자들의 인식을 통해 형성되는 역사적 지리 공간의 존립 양상을 고찰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먼저 근대 학문으로서의 박물학적 관점이 고도 경주의 인식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여행자와 여행 공간은 그 지식체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분리된 채 근대의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기술된 지적 내용을 그 대상과 동일시하게 된다. 이를 통해 여행지 경주는 여행자에게 읽고 해석해야 할 텍스트로 제시된다. 식민지적 상황에서 안일한 여행자는 일제의 고고학적 지식 체계가 만들어 놓은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관람하는 수동적인 관객이 되기 쉽다. 이와 달리 적극적으로 경주를 해석하고자 하는 여행자들은 그로부터 벗어나 경주의 풍경을 주체적으로 보고자 한다. 이병기와 정인보의 글에서 이에 대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고도 여행이란 일제의 고고학적 문화 전략의 자장 안에 놓인 민족적 전통성의 환기라는 점에서 이중적인 면을 갖고 있다. 여기에 더 보탤 수 있는 것이 192,30년대 조선에 정착한 자본주의 소비 문화의 영향력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 속에서 주로 단체 관광객의 일원이었던 경주 여행자들은 고도 여행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조선의 역사와 국토를 시각적으로 소비하는 대중 혹은 소비자로 존재하게 된다. 이것은 지리공간의 박물학적 분류가 갖는 제국주의적 성격과 자본주의의 소비 문화가 결합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이러한 일련의 고찰을 통해 볼 때 이 시기 조선의 전통 곧 과거의 공간으로서의 경주는 실제적으로는 제국의 고고학적 지식체계와의 상관관계 속에서 부각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 논문은 과거 혹은 전통의 공간으로서의 경주가 발견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새롭게 발견되고 구성된 과거 및 그와 연관된 조선의 영토가 시각적으로 소비되는 상품으로 인식되는 맥락 또한 살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