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패 원인과 정책방향

Abstract

첫째, 한국의 반부패 정책 방향을 설정함에 있어 우리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현재 한국 사회가 체제전환적 성격을 보이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진행된다고 해서 무조건 부패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강한 정부가 비민주적 정부는 아니다. 탈규제를 한다고 해서 지방자치를 강화한다고 해서 그리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해서 부패 수준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현실을 감안한 실증적인 연구 결과들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또 한가지 언급할 것은 정책대안 도출을 위한 실증 연구를 위해서는 학계나 정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한국형 부패 지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 지수는 경제부패와 정치부패도 구별하고 있지 않으며, 주로 기업인들의 주관적 평가에 의존하는데 그들은 기업이 이윤을 내고 있으면 부패를 덜 심각한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정책대안 개발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부패 유형별, 정부 수준별 등 보다 다양한 유형으로 구분될 필요가 있다. 둘째, 지금까지 연구된 부패의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은 국민 일인당 실질 GDP이다. 경제성장이 가속화되면 특별한 정책없이도 부패의 사회적 병리가 치료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세계화되고 개방화된 경제체제에서 경제적 효율성 만을 강조하는 경제정책은 오히려 부패에 매우 취약했음을 우리는 뼈져리게 실감하고 있다. 특히 본 논문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그간의 연구들이 부패의 원인을 설명함에 있어 국가의 특성과 정책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기업의 역할에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지배구조와 국가 지배구조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매우 시급하다고 본다. 특히 기업부문에 의한 국가포획이 이루어질 수 없도록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시급히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계층간 소득 불평등과 인플레는 단시간 내에 부패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성장 잠재력을 위해서도 그리고 부패 감소를 위해서도 경제적 형평성에 대한 정책 고려는 꼭 필요하다. 셋째, 부패에 대한 연구의 시각을 정치학, 경제학, 행정학 등 사회과학의 시각에서 인류학 등 인문과학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 사회과학 시각의 부패의 정의는 너무 협소하고 불법적 행위에만 너무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어떤 행위가 부패한가 아닌가 여부가 보편적이고 불변의 문화 가치 기준에 의해서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국가마다 그 기준이 다를 수도 있다. 따라서 한 국가의 국민이 현재의 사회적 관행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 국가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중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전술했듯이 동일 문화지역내에서 보면 부패 수준에서 보다 GDP수준에서 국가들이 더 유사한 점을 볼 때 문화는 부패 수준의 설명 변수일 때 열등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 내용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수사적인 반부패 개혁은 별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개도국의 경우에는 실질적인 공무원 처우 개선이 단기적으로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대안이 된다. 28개 개도국을 대상으로 제조업 임금대비 공무원 월급과 부패 수준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Rijckeghem와 Weder의 연구 결과를 보면 공무원 임금을 두배로 하면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지각지수 2점을 개선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