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적 이상의 굴절과 진보하는 시간

Abstract

본 논문은 조선후기로부터 대한제국기에 이르는 이른바 개화기라는 문명적 이상의 교체기에 있어서 진보라는 시간적 운동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났는가 하는 바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문명론의 관점에서는 특히 번역된 문명을 통한 문명 개념의 복수성이라는 테마로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본 논문은 이러한 연구와는 약간 궤를 달리하여 특히 시간적 개념으로서의 진보라는 운동성에 주목하였다. 특히 하나의 문명적 이상이 실현되는 시간 안에 존재하는 인간이 과연 새로운 문명적 이상을 어떻게 발견하고 그곳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본 논문에서는 진보의 개념을 다루기 위해 선행적으로 문명과 개화의 개념 역시 함께 다루었다. 대상으로서의 문명이나 개화라는 운동성이 대상에 대한 열림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비교적 공간성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라면, 진보라는 시간적 개념은 조선이라는 닫힌 사회 속에서는 공간적인 개념으로 쓰이다가 근대에 접어들게 되면 근대적인 시간성의 발견과 더불어 시간적인 개념으로 변모하게 된다. 본고에서는 유길준이 쓰고 있는 개화의 개념이 등급이라는 관점에서 시간성을 획득해가면서도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에 걸려 서구 근대 문명에 의해 도입되는 새로운 시간성을 승인하지 못했던 국면이 이후 10여년이 지난 뒤에야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되어나가는 국면을 통해 진보의 시간성이 영위하는 특징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해보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