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쉬르의 언어학을 통해서 본 근현대 회화에서 재현양식의 문제

Abstract

일반적으로 근현대 회화에서 큰 틀에서의 재현논리의 변화는 사진의 발명에 의한 모사성으로부터의 해방으로 규정될 수 있다. 예술계의 가장 큰 패러다임의 변화는 사진이라는 기술적 혁명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 기술적인 진보는 예술을 모사성으로부터만 해방시킨 것이 아니다. 본고는 예술에서의 재현논리가 모사성 뿐만이 아니라 양식성으로부터도 해방되었다는 점을 고찰하고 지적한다. 보통 예술가들의 덕목으로 거론되기 쉬운 것은 ‘스타일’의 차별인데, 그 스타일은 일반적으로 너무 넓은 범위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근현대 회화의 전개를 단순히 양식사조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예술을 사회맥락과 동떨어진 개인적 차원의 주관의 산물로 보게 하였고, 자연히 작품의 해석은 주로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의 해석에 집중되고, 그렇기 때문에 난해하고 사변적인 철학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한 난제에 대해, 본고는 예술작품들을 엄밀한 의미의 ‘양식’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너무 넓은 범위로 쓰이는 양식이라는 용어를 사회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을 철저하게 구분하려고 노력했던 페르디낭 소쉬르의 언어학적 기반 위에서 다시 고려하게 되면, 근현대 회화에서 재현논리가 대체적으로 양식성에서 사상성으로 이동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예술작품들이 개인의 정신적 주관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 중심사상에 따른 맥락의 산물에 더 가깝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실 지금까지 예술사를 양식사조로 간주하면서 예술작품의 사상성을 논할 수 있었던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본고는 양식의 범주를 축소시킴으로써 예술작품의 사상성에 좀 더 정당하게 접근하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철학 중심의 접근보다 좀 더 시대 맥락 적이고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