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혹은 ‘탈-인간적 이미지’에 함축된 역사철학적 의미- 크라카우어(S. Kracauer)의 문화철학과 사진이론에 대하여

Abstract

크라카우어는 흔히 영화이론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짐멜, 벤야민과 함께 모더니티 세계와 대중문화에 대한 포괄적인 ‘문화철학자요 역사철학자’로 보아야 한다. 크라카우어가 열정적으로 대중문화 현상들을 주시한 것은, 이 현상들 속에 새겨져 있는 ‘이름 없는 자들의 작은 역사’ 혹은 ‘알려지지 않은 경험 영역’을 역사(철학)적으로 구제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본 논문에서 필자는 먼저 문화철학자로서 크라카우어가 지닌 고유한 면모를 살펴볼 것이다. 이를 위해 주관적이며 열정적인 관찰자, 회의적이지만 사유의 도약을 기다리는 태도, 신학적 구제의 지향, 유물론적-변증법적 관점, 미세-물리학적 시선과 현상의 역사철학적 구제의 전략 등을 논의해 본다. 이어 이러한 문화철학적 모티브와 방법론이 구체적인 문화 현상에 적용된 예로 1927년의 에세이 「사진」을 세밀하게 분석해 볼 것이다. 「사진」은 사진 매체에 관한 단편적인 비평이 아니라, 대중문화에 대한 철학적 성찰에서 크라카우어가 도달한 이론적 깊이와 성취를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텍스트이다. 여기서는 사진과 인간적 기억의 대비, 사진적 순간의 역설, 사진과 역사주의의 관계, 사진과 전통적 예술 개념의 대비, 복제 이미지의 위험성과 전복적인 활용 가능성 등을 논의할 것이다. 결론 부분에서는 크라카우어의 문화철학과 사진이론이 오늘날 이론적 논의와 관련하여 어떤 생산적인 잠재력과 현재성을 갖고 있는가를 간략하게 평가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