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매수행위와 배임죄의 성립

Abstract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과정에서 순수한 자기자본만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인수자금의 일부는 타인의 돈을 차용하거나 제 3자의 투자를 유치하여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중 차용금에 대한 담보로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제공하기로 하고 인수자금을 대출받거나, 일단 차용금으로 기업을 인수한 후 피인수기업의 자산으로 그 인수차입금채무를 변제하려는 의도 아래 기업 인수를 감행하는 것을 차입에 의한 기업인수 혹은 차입매수라고 한다. 차입매수를 경영상 기법으로 인정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이에 대하여 형사적으로 규율하기 보다는 민사적으로 규율함에 반하여, 우리 대법원은 “차입매수에 대하여 따로 규율하는 법률이 없는 이상 일률적으로 차입매수방식에 의한 기업인수를 주도한 관련자들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거나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고 그 과정을 살펴 개별적으로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차입매수 행위의 배임성을 원칙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 학설적으로는 기업인수합병을 위한 차입매수의 효율성과, 경제적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차입매수에 대하여 배임죄의 잣대를 들이대는 대법원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론적 구성도 다수를 점하고 있다. 특정 행위의 불법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범죄체계에 따라 그 행위가 특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분석하여야 하며, 특정 유형의 행위가 불법한 행위인지 또는 불법하지 않은 행위인지에 대한 평가는 그와 같은 행위의 사법적 평가와 관련한 예견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 판단의 일관성은 유사한 행위를 하려는 행위자에게 행위의 준칙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에 법적 안정성을 부여할 수 있으며, 사후에 진행되는 불법 판단에 있어서도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여러 가지 유형의 차입매수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담보제공 등 피인수기업의 자산처분 행위 및 피인수기업의 합병 행위가 원칙적으로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되어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