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는’ 조건 구문의 하위 유형과 특성

Abstract

‘-고서는’은 순차 의미를 나타내는 ‘-고서’에 보조사 ‘는’이 결합한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조건을 나타내는 어미가 되었는데, 선행절과 후행절에 어떤 내용이 나오는지에 따라 전체 구문이 어떤 조건 의미를 나타내는지가 달라지고, 선행절 서술어로 형용사가 수용되는 정도 및 시간 관계와 무관한 명제와 명제 간 조건 관계의 표현 가능성이 달라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에 본고에서는 우선 ‘-고서는’ 조건 구문의 선행절이 부정문인지 긍정문인지를 기준으로 하여 구분하고, 각 경우에 어떤 조건 의미가 나타나는지를 살펴 총 5가지의 하위 유형을 설정하였다. 유형 ①은 [{필요조건의 부재}-고서는 {명제의 부정/불가능/부정적 결과}] 형식으로 나타나 필요조건의 필수불가결성을 강조하는 기능을 하는데, 선행절 서술어로 형용사가 올 수 있고 시간 관계와 무관한 명제와 명제 간 조건 관계 표현이 가능하여 조건 구문으로 독립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유형 ②는 [{예외조건의 부재}-고서는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사태}] 형식으로 나타나 예외조건을 제시하면서 후행절 사태의 일반성을 나타내는 기능을 하는데, 이 경우 역시 선행절 서술어로 형용사가 올 수 있고 시간 관계와 무관한 명제와 명제 간 조건 관계 표현이 가능하여 조건 구문의 특질을 보여 준다. 이에 비해 후행절 결과를 도출하는 충분조건을 제시하는 기능을 하거나 필요조건의 필수불가결성을 강조하는 기능을 하되 선행절이 긍정문 형식으로 나타나는 유형 ③～⑤는, 선행절 서술어로 형용사가 오는 것이 어색하고 시간 관계와 무관한 명제와 명제 간 조건 관계 표현도 불가능하여 기원이 되는 ‘-고서’의 순차 의미로부터 독립한 정도가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유형 ①이 조건 의미로 독립한 정도가 높은 이유는 선후행절이 주로 부정문 형식으로 나타나 순차적 시간 관계 의미로는 해석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점, 유형 ②가 조건 구문의 특질을 많이 보여 주는 이유는 유형 ②의 기원이 되는 ‘-고서’가 시간적 순차가 아닌 논리적 순차를 나타내기 때문이라는 점도 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