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의 박물관 - 박물관의 탄생과 예술가들에 의해 해석된 박물관

Abstract

본 연구는 박물관의 수집행위를 중심으로 그 역사적 기원과 발전,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 시각에서 작가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된 박물관의 또 다른 형태, 나아가 모더니즘 분류와 배치의 질서에 대해 살펴본다. 박물관의 어원은 뮤제이온(Muséion)에서 출발하는데, 이것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에서 기원한다. 이후 르네상스를 거쳐 카비네 드 큐리오지테(Cabinet de curiosités, 호기심의 방)의 형태를 갖추며 귀족들의 수집품을 전시하는 형태에서 발전하여 오늘날의 뮤지엄(Museum, Musée)으로 서서히 변모해간다. 서론에서 살펴볼 역사에 기초하여 본문에서는 박물관의 기본적인 수집이라는 역할에서 출발, 특정 개념에 주목한 다양한 형태의 박물관을 만들어낸 사상가 및 작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드레 말로(André Malraux)에 의하면 예술 작품을 작품으로서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박물관이고, 관객과 작품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곳도 박물관이다. 그래서 동시에 예술 작품이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곳도 박물관이다(누군가의 초상화는 박물관 안에서는 화가의 작품으로 분류되고 관람객의 시선 또한 초상화의 주인공이 아닌 화가에 맞춰져 있다). 또한 분류를 통한 양식의 정의를 가능하게 하는 곳이 박물관이다. 앙드레 말로는 사진으로 가능해진 예술 작품의 복제를 통하여 일종의 거대한 박물관을 만드는데, 이 '상상의 박물관(Musée imaginaire)'은 현실의 시공간적 제약을 막론한 앨범과 같은 공간이다. 벨기에 작가 마르셀 브로타에스(Marcel Broodthaers)는 작가 본인의 아파트와 ‘도큐멘타(Documenta)’, 해변가 등의 한시적인 공간에 <독수리 분과 Département des Aigles> 등을 만들어 장소를 옮기며 자신만의 가상의 박물관을 열었다. 이는 기존의 미술관과 그곳에서 전시되는 예술 작품을 비판하고 예술의 제도적 장치와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질문이자 기본적으로는 예술가와 예술 작품에 대한 질문이다. 미국 작가 마크 디온(Mark Dion)의 작품을 살펴보면 누군가 제작한 가상의 오브제에 이름과 번호가 매겨져 있고, 알 수 없는 곳에서 발견된 듯한 오브제들이 진열장 안에 일련번호와 함께 빼곡히 진열되어있다. 그는 기존 박물관의 분류 체계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박물관 분류학에 질문을 던진다. 본문에서 살펴볼 예술가들은 진귀한 동식물, 고문서 또는 작가의 작품 등을 보관하고 대중에게 공개하는 일반적인 박물관에서 벗어나 복제된 사진만이 진열되는 박물관, 장소를 매번 옮기는 일시적인 박물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사물을 진열한 박물관 등, 박물관 및 미술관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하였다. 연구자는 박물관이 발전해 온 역사를 되짚어보며 일부 예술가들이 시도한 박물관의 제도 비판과 모더니즘 박물관의 분류와 배치의 질서에 대한 해체적 시각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