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 이후 영남지역 유학자의 질병과 대응 - 『소택일기』(1834~1912)를 중심으로 -

Abstract

본고에서는 경상북도 예천군 맛질 마을의 유학자였던 박득녕과 박주대가 쓴『소택일기』(1834~1912)를 통해 유학자의 질병과 인식 변화를 고찰하였다. 박씨 집안의 작은집 일기인『소택일기』는 1834~1949년까지 약 115년간, 4대의 생활 일기로 날씨, 물가, 농업경영, 손님 접대, 공부, 교육, 질병, 치료, 전염병, 향촌 생활, 선교사, 관혼상제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다. 본고에서는 박득녕과 박주대의 시기인 1834~1912년을 먼저 분석하였다. 조선 후기 전염병이 가장 심각했던 시기였다. 조선 후기부터 일제 강점 이전까지 예천군에는 홍역, 두창, 괴질 등 다양한 전염병이 창궐했다. 박득녕의 시기(1834~1867년), 전염병이 발생하면 피난을 가거나, 출막을 시키거나 깨끗한 손님이 아니면 내쫓았다. 두창은 종두를 시행했다. 박주대의 시기(1868~1912년)에도 전염병이 유행하면 피난, 출막을 했다. 여기에 가신(家神)인 성주신, 성황에 기도했다. 박득녕과 박주대가 『소택일기』에서 가장 많이 기록한 것이 질병과 치료였다. 박득녕은 은진, 설사, 귀통증, 치질, 개창, 팔 다리 통증, 감기, 복통, 체증, 한증(寒症), 독감, 서설(暑泄), 안질, 치통, 오른쪽 어깨 팔 통증 등을 앓았다. 박주대는 치통, 안질, 설사, 체증, 냉리(冷痢), 두통, 치질, 종기, 와사증, 인후통 등을 앓았다. 그리고 이들의 주변 인물들이 앓았던 질병도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질병이 생기는 이유를 ‘기(氣)’가 막히거나, 나쁜 기가 들어오는 경우라고 보았다. 일제 강점 이전 예천군의 의료체계는 한약국과 한의원이 중심인 한의학 체계였다. 박씨 집안의 질병 치료 방법은 한의학요법, 민간요법, 미신요법 등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한의학요법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 박득녕과 박주대는 여러 한의서를 읽어 한의학적 지식이 풍부했다. 이들은 질병이 생기면 약국, 약방, 의원을 통해 한약을 지었다. 그리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에게 문약하거나, 화제를 이용하여 한약을 지었다. 개항 이후 서양 선교사를 통해 서양의학과 위생 관념을 접하지만, 근대병원을 이용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