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와 교육에 대한 로티(Richard Rorty)의 비전

Abstract

로티는 비교적 평이한 언어로 그의 철학적 언설들을 전개해 나간다. 용어들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냥 상식적 언어들을 구사한다. 전통적 철학적 난문제들도 별 것 아닌 듯이 담담하게 전개해 나간다. 그래서 그의 저작들은 철학적이기보다 문학적인 스타일로 읽혀지는 느낌이다. 이어한 스타일은 바로 로티가 노린 정치철학적 전략이었다. 전통적 철학적 문제들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태도를 장려함으로써 “인류가 보다 실용주의적으로, 보다 관용적으로, 보다 자유주의적으로”(1991b: 193) 되게 하는 것을 돕기 위한 것이다. 17세기 이후 계몽주의적 이성주의가 득세하면서 철학은 사실 너무 심각했다. 철학은 단일-보편적 진리 또는 합리성을 지향하며 논증이든 설득이든 ‘상대를 넘어뜨리는’ 작업에 치중하고 정치․도덕적 담론에서는 어느 이론 혹은 제도가 더 실재나 인간본성에 더 부합되는 것인지를 철저하게 따졌다. 상대와 타자는 어떻게든 설복되어야 하는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학살과 혁명과 전쟁의 와중에서 고통과 굴욕과 낙담으로 고통 받아야 했다. 로티의 ‘실용주의적 전환’은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 놓으려는 시도였다. 그의 실용주의에 바탕한 반표상주의 인식론은 지식을 현실을 옳게 파악하는 문제로서가 아니라 실용성의 문제, 즉 현실에 대처하는 행동습관을 획득하는 문제로서 인식한다. 로티는 더 나아가 반표상주의 인식론의 사회․정치적 함의를 발전시키기에 이르렀고 결국은 그런 노력의 결과물로서 ‘탈현대주의 부르주아 자유주의’를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로티의 정치철학적 전략은 반쯤만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는 계몽주의 시대 이후 줄곧 영미의 사회철학의 큰 전통을 이루어 오고 있던 칸트주의 형이상학적 자유주의가 갖는 정초주의적 기조를 허무는 데 있어서는 ‘그럴듯하게 보였다’고 할 수 있으나 실용주의적 반표상주의에 입각해 부르주아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데 있어서는 훨씬 덜 ‘매력적으로(그럴 듯하게)’ 보였다. 이는 로티가 자유주의적 아이러니스트를 설명할 때 사용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확고한 분리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성공적이지 못 하고 큰 호응 또한 못 받았음에 기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티가 철학하는 방식에서 고의로 ‘진지하기 못한 태도’를 자처한 것은 철학의 일상화는 물론 차이와 이견에서 오는 고통의 완화에도 많이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즉 ‘정치적 차이의 심미화’로 곤혹과 굴욕은 훨씬 줄어들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의 반정초주의 및 탈현대주의 부르주아 자유주의는 교육자들에게 차이를 대수롭지 않게 다루고 다름을 관용하며 대화로써 중재하고 닮아가는 습관과 기술들을 습득케 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