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염부주지>의 염마(燄摩) 담론과 염부주(炎浮洲)의 세계상

Abstract

본고는 <남염부주지>의 염마 담론과 제반 형상이 서로 충돌하지 않음을 살피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염마 담론의 실체와 염부주의 세계상을 차례로 살피고, 그 형상과 실제가 괴리된 까닭을 고찰했다. 염마 담론은 유교와 불교의 변별점을 지적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귀신의 실체를 밝히고 지옥과 시왕, 윤회의 허탄함을 말한 후에, 통치자는 이도(異道)를 숭배하여 요상(妖祥)을 행하는 것에 이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까지 나갔다. 이는 성리학적 사유에 근거한 것으로, 박생이 지향했던 ‘하나의 이치’[一理論]를 구체적으로 석명(釋明)하고 적용한 것이다. 이런 염마의 담론과 염부주의 세계상은 일견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염부주는 태허에 떠 있는 불꽃같은 기운이 지은 형상에 불과하며, 염마를 비롯한 것들은 미처 흩어지지 않은 정기, 귀신일 뿐이다. 귀신인 염마는 일물(一物)로서 한 존재가 아니며, 그들은 하나의 우주, 세계를 이루지 못한다. 다만 박생이나 서술자의 시선에 이끌리면서 염부주와 염마를 지옥과 염라왕으로 인식했을 따름이다. 여기서 염부주나 염마가 실체 없는 미산의 기운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은 대상에 대한 정합한 이해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상을 올바로 보고 인식하지 못한다. 그저 보이는 대로 보고 이해할 뿐이다. 이것은 박생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생은 몽유세계에 도착했을 때 염부주의 한 나라를 지옥, 염마를 염라왕으로 인식했다. 이후 염마와의 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치를 궁구함으로써 염부주와 염마의 본질을 가늠할 수 있었다. 몽중세계의 박생과 마찬가지로 현실에서도 사람들은 보고자 하는 대로 보고, 듣고자 하는 대로 듣는다. 그들은 대상의 정합한 실체에 다가서지 못한 채, 세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따름이다. 그렇기에 그런 현실은 결코 정합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으며, 늘 어긋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