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비평에 나타난 문학적 ‘부정’ 개념의 변화

Abstract

본고는 김현의 문학적 부정 개념을 1980년을 기점으로 한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김현의 부정 개념이 지닌 특징과 의미를 탐색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광주의 폭력 이후 현실에 생긴 결여로 인해 생긴 죄의식이 문학적 부정론 변화에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부정 개념의 변화와 함의를 살펴보았다. 김현의 문학적 부정 개념은 ‘현실’과 ‘결여’와의 관계 속에서 성립한다. 1970년대의 김현 비평에서 부정은 현실 밖 유토피아와 억압적 현실의 낙차를 통해 성립한다. 문학적 유토피아는 현실을 벗어나는 초월적 경험을 가능케 하고 이런 벗어남의 자유로움에 비추어 현실의 억압성을 비판하는 것이 문학이 부정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아름다워야 한다는 욕망은 유토피아에 대한 갈망과 현실에 대한 부정의 토대가 된다. 그러나 1980년 광주의 폭력 이후 이전의 문학적 부정론은 회의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현실 밖 유토피아와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자유가 아니라 도피로 간주된다. 이런 상황에서 김현은 변화된 현실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문학적 부정론으로 부정적유토피아, 부정적 현실주의를 제시한다. 고통의 자리를 통하지 않고는 고통 없는 세계의 도래는 불가능하다는 역설이 부정적 유토피아 개념의 근거를 이룬다. 부정적 유토피아 개념 구성에는 폭력의 외상으로 인한 죄의식이 큰 영향을 미친다. 욕망의 주체는 폭력의 외상을 감당하지 못해 죄의식의 부채 상환을 약속하는 이데올로기의 함정이나 죄의식 속으로 도피하는 위험에 빠지기 쉽다. 잔여물의 위치고집하기와 죽은 자의 기억에 머물기는 죄의식의 전이에 빠지지 않고 외상의 의미를축소하지 않으면서 부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출된다. 죽은 자에 대한 애도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까지 저항을 지속하는 방법은 섣부르게 화해하는 것이 아니라 결여를 결여 그대로 고집하는 것이다. 상실의 상실을 거부하는 것, 고통을 통해 고통 부재의 세계를 환기하는 것, 이것이 부정적 유토피아로 표현되는 김현의 문학적 부정론이 다다른 최종적 형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