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소설에 나타난 인천 표상 – 해안가 빈민촌을 중심으로

Abstract

인천은 실로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 인천의 다양성은 메트로폴리스가 되어버린 보통의 도시가 갖을 수 있는 정도의 다양성을 훨씬 뛰어 넘는다. 이러한 다양성은 개항, 식민지, 분단, 전쟁, 산업화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인천이 겪은 엄청난 속도의 변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이 한국문학에서 주요한 배경으로 등장한 것은 근대에 들어오면서부터이다. 개항과 더불어 인천은 한국을 대표하는 근대적인 도시로 변모하였고, 이러한 상황은 자연스럽게 인천을 한국근대문학사의 중심적인 장소로 만들었다. 지역이 문학에 등장할 경우 그것은 하나의 색인 기능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구체적인 장소들은 단순한 장식이나 지명이 가지는 고유성으로 작품에 삽입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색인으로서의 장소는 지역의 구체적 삶과 생활양식이라는 맥락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본고에서는 인천이 색인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인천이 ‘경험으로서의 장소’로 등장하는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그 중에서도 인천의 장소성을 선명하게 드러낸 해안가 빈민촌 배경의 소설들이 집중적인 고찰 대상이다. 이들 작품은 공통적으로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어린이 표상은 인천이 짧은 역사를 가진 새로운 도시라는 심상지리를 형성한다. 다음으로 이들 소설의 어린이들은 성인들의 별다른 보호도 없이 거의 내팽개쳐지다시피 한 존재들로서, 별다른 준비 없이 근대라는 괴물과 맞부딪쳐야 했던 곳이라는 인천의 심상지리를 만들어 낸다. 두 번째로 인천은 민족적으로 혼종적인 공간으로 표상된다. 개항을 통해 성장한 인천은 태생부터가 민족적으로 혼종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고, 오늘날에도 전체 인구 대비 외국인 비중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도시이다. 한남규와 오정희의 소설에서 인천은 미군과 중국인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도시로 표현되고 있다. 세 번째로 인천은 외국으로 나가는 관문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표상된다. 엄흥섭의 「새벽바다」에서 최 서방이 하는 일은 대련으로 팔려가는 여자들의 고리짝을 날라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천은 토박이들보다 외부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중심이 된 도시로 표상된다.『괭이부리말 아이들』에는 이주민들의 도시로서 인천이 가지는 사회 역사적 배경이 가장 정밀하게 드러나 있다. 한국현대사의 격변기마다 나라 각지의 어려운 사람들은 인천으로 밀려든다. 개항 직후에는 외국인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긴 철거민들이, 일제시대에는 공장에 일자리를 찾으러 온 노동자들이, 6.25전쟁 뒤에는 피란민들이, 산업화가 본격화 된 시대에는 이농민들이 꾸역꾸역 괭이부리말을 채워온 것이다. 괭이부리말은 “어디선가 떠밀려 온 사람들의 마을”로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마을이라고 이야기되는데, 이것은 인천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