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믿음, 그리고 예수의 주되심 - 누가복음 17:1-10의 문맥적 읽기

Abstract

본 논문은 누가복음 17:1-10에 대한 문맥적 읽기를 시도한다. 이 구절이 통상적으로 서로 관련이 없는 몇몇 말씀의 모음으로 읽히는 현상에 반하여, 본 논문은 이 말씀들이 누가복음의 전체적 흐름 속에서, 상호간의 긴밀한 관련 속에서 나름의 일관된 의미를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먼저 본문의 전체 문맥 및 다른 복음서 병행 구절들과의 편집적 관계들을 간략하게 언급한 후, 네 단락으로 나누어 본문의 핵심적 메시지를 주석적으로 검토한다. 첫째 단락(1-2절)에서는 죄인의 회복을 강조하는 누가복음의 독특한 문맥에서 ‘스칸달론/스칸달라’ 역시 하나님으로부터 떨어지게 하는 행위라기보다는 죄인들이 하나님께로 회복되는 움직임을 방해하는 행동으로 새롭게 정의되고, 더불어 그 행동이 갖는 종말론적 무게가 관찰된다. 둘째 단락(3-4절)에서는 무제한적 용서의 필요성과 공동체 내에서 그 용서의 중요성이 논의된다. 셋째 단락(5-6절)에서는 더 큰 믿음에 관한 사도들의 요청이 용서에 대한 엄중한 요구에 대한 반응으로, 그리고 믿음의 절대적 효력에 관한 예수의 답변은 그 요구에 대한 교정적 가르침으로 해석된다. 마지막 단락의 비유(7-10절)에서는 믿음으로 얽힌 예수와 사도들의 관계가 절대적 복종만이 허용되는 주인과 종의 관계로 묘사됨으로써, 믿음의 본질이 양의 문제가 아니라 예수의 주되심에 대한 고백의 문제라는 사실이 강조된다. 문맥 속에서 이는 무조건적 용서를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것은 더 큰 믿음이 아니라 주 되신 예수의 요구에 대한 절대 복종의 자세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본 논문은 용서에 관한 누가복음의 가르침이 종말론, 믿음 및 예수의 주되심이라는 다른 핵심적 주제들과 긴밀하게 얽힌 것임을 확인한다. 이런 주석적 연구를 바탕으로 볼 때, 누가복음에서의 용서가 그저 개별적인 하나의 덕목을 넘어 하나님과 그의 세계, 예수를 통한 구원에 대한 누가복음 전체의 비전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누가 역시 단지 예수의 전통을 “수집”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사렛 예수를 통해 “우리 중에 이루어진 일”에 대한 통전적 비전 아래 새로운 삶의 정황 속에서 그 전통의 새로운 의미를 드러낼 수 있었던 신학자적 면모를 드러낸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