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의 덕으로서 자기애

Abstract

이 글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자기애가 이타적 사랑을 포함하는 행위자 중심의 도덕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자기애에 관한 이해는 일반적으로 기독교의 그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자기애를 타자 배려가 없는 비도덕적인 것으로 여기는 기독교적 전통과 달리 아우구스티누스는 자기애를 이웃 사랑의 기초로 이해한다. 이런 점에서 그에게서도 서양철학의 전통적 특성이 발견된다. 서양철학에서 자기애를 가장 순수한 형태의 필리아로 이해하려 한다면 아우구스티누스는 필리아를 인간 본성의 고유한 선으로 이해한다. 서양철학에서 필리아는 자기애의 구심점이 되는 동시에 에로스와 아가페의 교차점이 되는 것에 비해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자기애는 사랑의 근본 동기로서 사랑의 구심점이 되는 동시에 욕망과 사랑의 교차점이 된다. 이 때 욕망과 사랑의 구별은 사랑 받는 대상이 무엇인가에 달려 있다. 악덕으로서 쿠피디타스가 자신을 향하는 자기애라면 애덕으로서 카리타스는 신으로 향하는 자기애에서 비롯한다. 사랑의 질서 안에서 신을 사랑하기 위하여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것은 향유이지만, 자기애를 만족시키기 위해 신을 사랑하는 것은 이용이다. 따라서 신에 대한 사랑을 목적으로 하는 자기애만이 카리타스와 리비도를 만족시키는 온전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