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원 소설에 나타난 지식인의 특성 연구

Abstract

홍성원은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요동치던 1970-80년대에, 지식인을 등장시킨 중・단편 소설을 다수 발표한 작가이다. 이 시기 지식인을 다룬 여타의 많은 소설들에는 지배층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이나 고발, 그리고 민중을 계도하려는 의지가 드러난다. 이에 비해 홍성원 소설의 지식인들은 그런 현실참여적인 성격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은 이념보다 냉혹한 생활세계를 수긍하고 그 안에서나마 생계와 나름의 자존심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는 존재들로, 혹은 물신화되는 세계에 대응하는 전업 문필가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또한 작가는 한국의 지식인들이 역능(役能)을 발휘할 수 없게끔 하는 사회구조를 비판한다. 홍성원에게 억압적 거대권력을 행사하는 가장 큰 기관은 바로 국가이다. 그러나 작가는 썩은 세상이나 국가에 개인의 비판과 항거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썩은 세상 스스로 자정(自淨)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홍성원의 현실적인 대응법일 터인데, 이는 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지식인들에게 공히 드러나는 특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