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주의와 국제협력: 한반도 핵문제의 경우

Abstract

이 논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이론적 부분이다. 이 부분은 1980년대 이래 국제정치학 논쟁의 주류를 이루어 온 국제협력이론의 전개를 주로 상호주의의 개념에 초점을 두어 정리한다. 둘째는 경험적 부분이다. 탈냉전이라는 세계적 변동의 와중에 세계질서 안정성의 핵심부분인 핵비확산레짐, 한 국가의 생존, 경쟁 국가의 치명적 안보 문제가 맞물려 전개된 북한 핵문제가 바로 그 분석의 대상이다. 이 글은 그처럼 엄중한 사안이 첨예한 한반도 안보정세를 배경으로 전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평화적으로 해결/봉합되었고, 그 이후 그 해결/봉합에 따른, 그리고 그를 유지하기 위한 실천조치로서의 KEDO과정이 여러 가지 도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순항해 온 이유를 국제협력 조건에 관한 이론적 논의에 비추어 살펴보았다. 이 글의 논지의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이론적으로 이 글은 국제협력의 조건에 관한 기왕의 연구의 상당부분이 액설로드와 코헤인이 말한 상호주의, 특히 「포괄적 상호주의」로 집약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액설로드가 “미래의 그늘”이라고 지칭한 상호관계의 지속성과 장기성, 그리고 협력의 조건으로 오래 그리고 널리 지적되어 온 「이슈의 연계」와 「다자주의」 등은 결국 시간, 공간, 이슈 차원의 「포괄적 상호주의」의 일면을 이룬다고 주장한다. 둘째, 경험적으로 이 글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과정은 대체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구체적 상호주의」에서 작동으로 볼 수 있지만, 그것이 성공한 이면에는 관계의 지속성과 장기성, 이슈간의 연계, 참여자의 다수 등 포괄적 상호주의의 조건을 전략적으로 설정하거나 그것들이 구조적으로 존재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셋째, 따라서 「구체적 상호주의」가 양자적, 직접적 관계에서 작동하는 전술적 개념이라면, 「포괄적 상호주의」는 전략개념이기 이전에 분석개념이다. 즉 포괄적 상호주의는 기본적으로 행위자들의 선호와 전략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조건에 관한 것이며, 이로써 국제협력의 현상을 설명하는 분석적 개념이다. 이로부터 국제협력을 용이하게 해 주는 조건을 형성하기 위한 전략으로서의 포괄적 상호주의는 제2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