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비평에 대한 고찰 ―1950년대 비평의 지향점을 중심으로―

Abstract

이 글은 천상병 비평의 자료들을 새로 발굴, 소개하면서 그의 비평 전체를 관류하는 비평적 지향과 특성을 살펴보았다. 천상병이 비평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1950년대 초반부터 비평적 노력을 기울인 것은 한국문학의 후진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한국문학을 정립하는 일이었다. 신세대의 신세대답지 않은 정신과 자세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도, 세대교체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표명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였다. 이를 위해 천상병은 주체 재건으로서 고전의 발견과 현대적 계승을 강조하였으며, ‘서정’과 ‘지성’이 결합된 새로운 리리시즘의 가능성을 열고자 하였다. 무엇보다 특히 중요한 비평적 과제로 삼았던 것은 동양적 ‘본질’과 서양적 ‘방법’의 이율배반을 극복하는 일이었다. 이 난제의 해결은 새로운 한국문학을 정립하기 위한 천상병 비평의 원점이자 도달점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의 모색과 노력은 1960년대 초반 비평 활동의 중단으로 가능성의 타진 단계에서 멈춰서고 만다. 이로 인해 후일을 기약했던 여러 문제의식들, 예컨대 비평의 보편성과 타당성, 새로운 현대적 리리시즘의 실체, 고전으로서 신라정신에 대한 이론적 내실화, ‘방법’ 있는 ‘본질’의 탐색 등도 완미(完美)한 결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후 간헐적으로 몇 편의 비평문을 발표하지만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특유의 사유, 패기만만한 주장과 팽팽한 긴장은 더 이상 보여주지 못한다. 비록 비평적 탐색은 중단되었지만 천상병이 비평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은 새로운 한국문학의 정립에 대한 꿈이었다. 그것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의 비평 전체를 일관한 비평적 지향이었다.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치열한 모색과 진지한 열정은 그의 비평을 추동한 내적동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