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의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타난 지성

Abstract

문학사에서 오래도록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작품들을 분석해 보면 대개 두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사회상과 시대상을 치열하게 반영한 작품이며 또 하나는 이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본능에 충실해 내면세계를 정교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물론 이 같은 구분이 매우 일차원적인 사변적 사고라 할지라도,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있어, 비평가들 사이에 서로 근접할 수 없는 현격한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이 같은 구분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프루스트의 소설은 전형적으로 후자에 속한다. 즉, 그의 작품이 오늘날에도 문학성을 높이 평가 받고 있는 이유는 사회적, 정치적 요구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세계를 그려내고자 했던 글쓰기에 대한 확신과 문학관이 그만큼 치열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프루스트는 소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자신의 감각이나 감수성을 통해 인지한 실체들을 어떻게 글로 표출하고 있는 것일까?본 논문은 작가의 분신인 주인공을 통해, 작가 자신이 추구하고자 했던 문학이 무엇이며, 또 진정한 작가의 탄생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면밀히 분석함으로서, 글쓰기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접근하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주인공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감성과 지성의 문제 즉, 글쓰기에 관한 지성의 역할과 감성의 부활, 진정한 자아에 관한 각성 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학의 사조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진리에 대한 고뇌에 초점을 두고 있다. 어린 시절, 주변의 지식인과 그들이 신봉하는 최고선인 지성의 올가미에 사로잡혀, 작가로서의 꿈을 포기하고 있던 주인공 마르셀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내면세계에 일고 있는 문학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그동안 작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지녀야만 된다고 생각한 사회에 대한 저항과 이성적 판단이 부족했던 주인공에게, 글쓰기에 대한 부활을 의미하는 신호였다. 즉, 자신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감각을 통해 내면에 감춰진 무의식적 인상들을 글이라는 정형적 틀 속에 담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글쓰기라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은 자신의 감성만이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자아, 즉 진아(眞我)를 표현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바로 이성과 관념의 대변자인 지성이 그것이다. 다시 말해 글쓰기의 본질적 물음에 대한 답이 감성이었다면, 이를 형상화한 것은 지성인 것이다. 지성은 곧 감성을 조율해 얻은 심층적 자아가 만들어 낸 의도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인공에게 있어서, 지성은 글쓰기의 중요 요소로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글쓰기 자체의 원동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