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디코 엔예디(Ildikó Enyedi) 감독의 작품 세계 연구

Abstract

일디코 엔예디는 헝가리 영화계의 대표적인 감독이자 주목 받는 여성 감독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편이다. 본 연구는 그러한 사실에 문제의식을 갖고 일디코 엔예디의 작품이 갖는 경향성을 도출해내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대상 작품으로는 그의 장편 영화 다섯 편 <나의 20세기>, <더 매직 헌터>, <타마스 앤 줄리>, <마법사 시몬>,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국내에 일디코 엔예디와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본 연구의 일차적인 목표로 삼았다. 일디코 엔예디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경향성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경향성은 환상적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디코 엔예디는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형태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작의적 판타스틱의 세계를 꾸며내기보다, 현실과 맞닿아 있으나 현실과 완전히 같지는 않은, 때로는 꿈이나 환각 등의 장치를 필요로 하는 제도적 판타스틱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신화나 전설을 차용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환상은 기존의 법과 질서를 전복하고 위배하는 데 있어 외적·내적 검열을 피하기 위해 사용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일디코 엔예디가 환상적 세계관을 구축함으로써 전달하는 주제는 다음에서 언급할 경향들이다. 그의 영화에서 드러나는 두 번째 경향은 역사에 대한 은유부터 개인의 내면 탐구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일디코 엔예디는 자신의 조국인 헝가리의 정치, 경제, 역사적 현실을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심리와 감정 등의 내면 상태도 다루고 있다. 마지막 경향으로는 소통에 대한 추구를 들 수 있다. 일디코 엔예디 영화 속 서사의 동력은 소통의 부재에서 마련된다. 감독은 소통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루기도 하지만, 몇몇 작품에서는 그 저변에 깔린 성차별적인 상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소통의 중요성을 드러내주며,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제시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