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滸傳 서사의 전환 하나, 黃泥岡 사건과 三阮의 등장 - 金聖嘆의 비평을 중심으로

Abstract

『수호전』은 그 서사 규모가 매우 거대하여 그 윤곽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다. 하지만 거리를 두고 조망하면 39,40회를 기점으로 개인 이야기에서 집단 이야기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반부의 개인 서사는 개별 여러 개의 서사 토막을 이어놓은 듯한 모양새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개인을 집단으로 엮어주고, 개별적인 의협이나 복수 행위를 공권력에 대한 조직적․물리적․이념적 저항으로 전환시키는 흐름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개별적인 각각의 인물 서사를 묶어 전체적인 서사 흐름으로 통합시켜가는 예비 작업으로, 후반부에서 펼쳐지는 본격적인 梁山泊 서사의 거대한 지진을 만들어내는 震源 구실을 한다. 그 흐름은 대략 11회 중반에서 18회 중반까지 펼쳐지는데,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사건은 黃泥岡에서의 生辰綱 탈취와 阮小七 삼형제의 등장이다. 황니강 사건으로 서사는 개인들의 의협과 복수에서 조정에 대한 물리적․집단적 저항으로 변화되어 가고, 三阮의 등장으로 양산박의 토대를 이루는 기층 민중의 원망과 분노가 드러난다. 40회 이후에는 양산박과 조정의 대결이 시작되는데, 이러한 흐름의 전환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황니강 사건을 통해 예비된 것이다. 이러한 서사 전환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완소칠 삼형제의 등장이다. 황니강 사건에 참여하면서 무식한 어부였던 삼형제의 성격은, 관리의 핍박을 감내하며 불만을 안으로 감추는 평범한 백성에서, 체제를 비판하고 관리를 공격하는 사나운 저항자로 일변한다. 허균의 주장을 빌리면, 이들은 恒民 또는 怨民에서 豪民이 된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도적 집단 양산박의 사회적 실상이자 역사적 본질인 셈이다. 『수호전』의 전체 서사에서 황니강 사건과 완소칠 삼형제의 등장이 지니는 의의는 그 외형이나 양적 비중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를 통찰하는 것은 거대한 서사 흐름을 한 손으로 파악하는 동시에 세부 사건들의 미묘한 맛을 음미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