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시조에서 탈중세성의 지향과 근대성 문제

Abstract

18세기 시조에서 중세를 벗어나 새로이 지향하려 한 것이 무엇이고, 이는 기존의 시조와 어떤 차이를 가지며 서양의 ‘근대성’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가에 대하여 ‘차이와 異種의 근대성’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머리, 성리학적 이상, 사대부적 미학, 교화론과 효용론을 추구하는 시조가 지배적인 담론이었다면, 이에 맞서서 하체, 서민적 현실, 서민적 미학, 사실주의와 표현론을 지향하는 시조가 나타나 이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미학적 지평을 열었다. 대다수 시조가 典故와 法, 格調를 중시하며 기존의 수사와 표상을 답습하고 상투적인 은유를 반복하는 데 반하여, 일부 시조는 새로운 은유를 창조하는 한편, 보편, 이상, 전통을 지향하는 은유보다 구체적인 삶과 관련을 짓는 환유를 선호하였다. 유교 윤리를 정당화하는 시조가 주류인 가운데 몇몇 사람들은 자유로운 사랑과 성애를 꿈꾸고 실천하였으며, 물질, 권력, 명예 등의 가치보다 사랑과 성의 가치가 더 우월하다고 선언하였고 당대 규율체계에서 허용한 기표를 벗어난 욕망의 기표를 표출하였다. 중세적 동일성에 포섭되었던 조선인 가운데 일부는 서서히 이에서 벗어나 주체를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하층에 있었던 서민과 여성은 상층의 양반층과 가부장의 권력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시조를 향유하였으며, 이런 시조는 봉건체제를 옹호하고 양반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절대 다수의 시조와 맞서서 헤게모니 투쟁을 전개하였다. 이처럼 18세기 시가의 탈중세적 지향은 서양의 근대성과 통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다른 길을 걸은 것도 있다. 전자를 보편적 근대성이라 한다면, 후자는 조선만의 독자적인 이종의 근대성이다. 조선의 근대는 양자가 혼합하여 중세적인 것과 때로는 맞서고 때로는 섞이며 작용과 반작용을 되풀이하면서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