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 무덤, 園의 창안과 전개

Abstract

본고는 조선왕실의 독특한 무덤제도인 원의 등장 배경과 원으로 조성된 무덤 형식의 특징을 고찰하였다. 원은 조선에서는 물론 중국에서도 전례에 없는 무덤의 종류인데, 최고 통치자의 무덤인 ‘陵’과 일반인 무덤인 ‘墓’ 사이의 등급으로, 왕릉보다는 덜 장대하고 일반 묘보다는 격식을 갖춘 형식으로 조성되었다, 園은 조선초기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라, 조선중기에 反正으로 왕위에 오른 仁祖가 부모의 무덤을 追崇하기 위해서 창안해낸 것이다. 五禮儀가 엄격하게 지켜졌던 조선왕실에서는 왕과 왕비의 무덤만을 능으로 무덤을 조성했기 때문에 인조는 園制를 창안하여, 왕이 아니었던 자신의 부모의 무덤을 조성하고 일반 왕족의 무덤과 차별화시키고 정통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인조가 조성했던 원은 능으로 추숭되면서 곧 사라졌지만, 영조가 숙종의 후궁이었던 어머니 숙빈최씨의 무덤을 원제로 조성하고 신주를 모시던 사당을 廟에서 宮으로 승격시킴으로써 조선 특유의 ‘宮園制’로 창안했다. 그리고 조선말에 고종은 궁원제를 개편하여, 왕의 사친은 물론 왕세자와 왕세자빈, 왕세손의 사당과 묘를 일반 왕족들보다 한 단계 격상시켜 원제 대상의 범위를 확장시키면서 조선왕실에서는 총 21기의 원이 조성되었고, 그중에서 15기가 현존한다. 조선왕실의 무덤에서 능과 원의 공간구성은 기본적으로 유사하지만 원제로 조성된 무덤에서는 봉분에 병풍석과 난간석을 설치하지 않았고 무석인이 없으며 석양, 석호, 석마의 수를 왕릉 석물의 1/2에 해당되는 1쌍씩으로 배치하여 왕릉과 차등을 두었다. 園은 왕릉과 비교해서 규모가 축소되어 있지만, 사친이 왕이나 왕비가 아니었던 왕이 효도의 상징으로, 나아가 왕통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의 일환으로 조성된 무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방계에서 왕위를 계승했을 경우, 또는 왕의 생모가 후궁이었을 경우, 그리고 왕세자가 왕위를 계승하지 못하고 죽은 경우에 조성되었기 때문에, 園으로 조성된 무덤은 조선왕조의 왕통의 역사를 읽어내는 데 귀중한 사료이다. 본고에는 근래에 조성된 영원과 회인원을 제외하고 현존하는 13기의 원을 중심으로, 조선왕실에서 원이라는 무덤제도를 창제한 배경과 전개 과정, 그리고 園所 구성의 특징을 고찰하고, 나아가 중국의 능묘제도에서 조선의 園制에 상응하는 사례를 비교 검토하여 조선왕실 園의 고유성과 역사적 가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