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소의 ‘마이너 인저리(1985~1989)’ 연구

Abstract

본 논문은 박이소가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운영했던 ‘마이너 인저리’에 대한 연구이다. 그는 1982년부터 2004년까지 뉴욕에서 작업하며 ‘박모’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 박이소는 ‘마이너 인저리’의 디렉터 역할을 하면서 시각미술 전시뿐 아니라 정치적 예술과 커뮤너티 중심의 패널 토론회, 퍼포먼스, 시낭송, 아티스트 북, 사진전 등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박모는 뉴욕의 미술계가 상업화 되어가고 소호 중심의 대안공간들이 점차 주류문화로 편입되어 가는 변화에 직면하자 제3세계 출신, 개발도상국 출신 등 ‘소수계’ 작가들에게 열린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 공간은 독립큐레이터들과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에게 개방되어 있었고, 지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 아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엄격한 의미에서 보자면 박이소는 ‘마이너 인저리’ 공간의 정체성을 맨해튼의 대안공간에 대항하는 공간으로 규정하며 도전적인 정치예술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본 논문은 첫째, 아카이브를 검토하고 참여 작가들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전시의 목록을 재구성한다. 그러나 구체적 아카이브 자료와 전시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본 논문은 박이소의 과거 전시를 통해 공개된 자료뿐 아니라, 보도자료, 엽서, 전시 리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자료의 한계를 보충하고자, 당시에 전시된 민영순, 강익중, 쉬린 네삿, 박경, 이상남, 지미 더럼 등의 작품을 추적하고 연구한다. 지미 더럼과 마리아 테레자 알베스의 초기 작업도 마이너 인저리에서 전시된 바 있다. 박이소는 오픈 콜 형식으로 매체와 상관없이 《에고 아트》, 《안티 에고》, 《슈퍼 에고》, 《트랜스 에고》 등을 기획하면서도, 작가로서 아트 인 제너럴, 브롱스 미술관, 1994년 아바나 비에날레에도 작품을 출품했다. 둘째, 본 논문은 뉴욕시기 박이소가 제작한 일부 작품들을 반모뉴먼트 프로젝트와 정체성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예를 들면, 반모뉴먼트 제안서인 박이소의 <삐딱한 호 위에 쌀 벽화>는 1980년대 후반 뉴욕의 공공미술에서 가장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리차드 세라의 <기울어진 호>에 대응하는 박이소의 제안서이다. 또한 1990년 브롱스 미술관에서 전시한 <미국말하기>와 1992년 허드슨 리버 미술관에서 전시한 <젓가락 잡는 법>은 미국에서 주변화 된 존재로서 살아가던 자신의 불편한 위치를 규정하고자 했던 작품으로 제3세계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