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의 디아스포라와 다중적 정체성 : 자리나 빔지(Zarina Bhimji)와 에밀리 자시르(Emily Jacir)를 중심으로

Abstract

본 논문은 이중의 디아스포라를 경험한 두 아시아계 여성 예술가인 자리나 빔지(Zarina Bhimji)와 에밀리 자시르(Emily Jacir)의 작품에 대한 고찰로, 외압에 의해 이산과 이주를 반복해야 했던 경험이 어떻게 예술가들의 삶과 정체성을 형성하며, 작품으로 연결되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자리나 빔지는 인도계 우간다인으로 1974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독재자였던 이디 아민(Idi Amin)의 민족주의 정책에 따른 대대적인 아시아인의 추방의 희생양이 되어 영국으로 망명하였으며, 이후 영국과 인도, 아프리카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에밀리 자시르는 팔레스타인 출신의 후손으로 1948년 이스라엘 건립 이후, 1970대 후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탈리아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하였고, 현재는 팔레스타인과 뉴욕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다. 두 예술가들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국가간을 이동하면서 제국주의와 식민의 폐해를 맛봤고, 이들의 위선을 목격하였다. 이들은 국적상실과 인권박탈로 인해 인간의 기본 권리마저 잃었고, 배척과 소외를 통한 분열과 갈등을 경험하였다. 또한 이러한 경험은 두 여성 예술가들에게 이방인, 추방자, 소수자라는 타자화된 다중적 정체성을 부여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이를 작품의 주제로 적극 활용하면서, 약자의 강인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는 인구의 전 세계적인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국경을 넘는 이민이나 이주 역시 보편화된 현상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원했던 또는 원치 않았던 이주와 이산의 경험은 목숨을 담보로 기본 권리마저 위협하며 우리 앞에 펼쳐지기도 하고, 국가적 힘의 논리와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본고에서 주목한 두 여성 예술가는 이산의 목적도 경험도 다르다. 하지만, 이들은 국가와 지역의 폭력적인 상황에 맞서 삶의 터전을 옮겨 다녔고 모국과 이주국 사이에서 마주하게 되는 갈등, 배척, 소외를 경험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디아스포라적 경험을 때로는 전략적이며 정치적으로 표명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는 쉽게 종결될 수도 없는 이들만의 과제로서 계속해서 이들을 붙잡고 괴롭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