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후기 정토문화의 천태적 성격과 영산회상변상도 연구

Abstract

고려 후기에는 소자본 형식의 법화경이 다수 간행되었는데, 그중 권수화로서 표현된 <영산회상변상도>는 고려후기의 불교신앙과 사상의 성격과 불교의식과 송과의 대외교섭 상황 등 그 시대를 읽어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함축되어 있어 연구 가치가 매우 크다. 고려 후기에 법화경이 간행되었던 배경에는 13세기 전반 일어난 백련결사운동과 천책이 경북 상주에서 일으킨 동백련사, 그리고 1284년 왕실이 주도한 묘련사의 창건 등 일련의 천태종의 부흥과정이 있다. 특히 개경에 왕실의 원당으로서 妙蓮寺를 창건한 일은 백련결사가 정신이 중앙에 이식되는 결정적인 사건이었고 13세기 후반~14세기 불교문화의 형성에 천태사상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던 중요한 사건이다. 고려후기에 유행했던 <영산회상변상도>의 도상에는 천태사상과 신앙 그리고 수행의식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영산회상도>의 도상 중 하단에 표현된 용출하는 보탑과 보탑을 향해 예경을 드리는 아사세왕과 사리불은 법화경의 성불사상과 관무량수불경에 의한 정토신앙, 그리고 죄를 참회하는 참법의식이 복합되어 성립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고려후기에 성행했던 법화경 신앙이 정토신앙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과 법화경독송과 사경, 그리고 법화참법이 당시 성행했던 의식이었다는 사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양식적으로 확인되는 <영산회상도>의 시각적인 이해에서 벗어나 고려후기의 사회변동과 역사적 전환과정에서 내재되어 있는 불교문화를 이해하고 당시의 불교신앙과 사상에 근거하여 도상을 해석하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연구지평을 열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