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자본주의 리얼리즘 연구

Abstract

1963년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콘라트 루엑, 지그마 폴케, 만프레트 쿠트너와 함께 ‘독일의 팝아트’라 불리는 자본주의 리얼리즘 그룹을 결성했다. 이는 동독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대응하는 개념이었으며 당시 서독 사회에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던 소비문화와 매체환경에 대한 젊은 예술가들의 반응이었다. 미국 팝아트와 더불어 당시 뒤셀도르프와 라인란트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된 플럭서스 운동의 영향을 받았던 자본주의 리얼리즘 예술가들은 정육점이나 가구 상점, 뜰 같은 기존 미술 제도를 벗어난 공간에서 해프닝과 전시 작업을 선보였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그룹은 미국 팝아트와 유사하게 소비사회를 반영하는 광고 이미지나 아마추어 사진을 활용한다. 그러나 미국 팝아트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낙관주의나 유머와 달리 자본주의에 양가적 입장을 보인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해방적 잠재력을 인식했고 예술가인 자신을 소개하고 경력을 알리기 위해 자본주의 광고 전략을 의식적으로 사용했던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대중매체와 사진 복제 이미지를 통해 자본주의의 상투성과 역사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제시했다. 이 논문은 작가 인터뷰,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 비평문, 전시도록 등 다양한 문헌자료를 통해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형성배경과 전개과정을 확인한다. 이로써 리히터의 초기 작업을 조명하고, 이것이 그의 작품세계 전체와 갖는 연관성을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