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 맥락에서 보는 성화: 카라바조의 체라시 경당 연작 연구

Abstract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Santa Maria del Popolo) 교회에 위치한 체라시 경당에는 카라바조의 <성 바울로의 개종>과 <성 베드로의 순교>(1600-01)가 제단 양쪽의 측면 벽을 장식하고 있다. 카라바조는 두 작품을 통해 성 바울로의 순종과 겸손 그리고 성 베드로의 믿음, 순종, 사랑, 겸손 등의 신학적 덕목을 재현하며, 무엇보다 두 성인을 가톨릭교회를 대표하는 사도들로 제시하고 있다. 이로써 체라시와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교회 모두 바티칸과 교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이 전달된다. 체라시는 이렇듯 로마가톨릭의 두 최고 성인을 교회의 상징으로 제시함으로써 교회와 교황에 대한 자신의 굳건한 신앙과 충성심을 표현하고자 했을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체라시 경당에는 중재자 바울로와 베드로를 통해 성모 마리아에 이르고 궁극적으로 구원에 도달한다는 개념이 기본 틀을 이룬다고 하겠다. 베드로와 바울로로 대표되는 로마 가톨릭교회가 성모 마리아에 의해 상징되어 유일한 구원의 길임을 찬양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를 섬기는 자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구원을 위해 애쓴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티베리오 체라시의 성직자 경력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바울로와 베드로에 의해 표현되는 순종 개념은 그리스도에 대한 절대적 순종을 의미하는데, 이는 다시 교회의 고위 성직자의 권위에 대한 순종을 의미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티베리오 체라시는 경당 장식을 통해 자신을 진실한 가톨릭교회의 아들로서, 교황 권위의 옹호자로서 제시한다고 하겠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자신의 영혼을 구원하는 데 유용한 것이기도 하다.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마련한 경당에서 체라시는 위령미사를 통해 자신의 영혼이 조속히 천국에 들어갈 수 있기를 염원했을 것이며, 바로 이를 위한 기도와 경배에 카라바조의 새로운 바로크적 조형 양식이 효과적으로 쓰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