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그리너웨이의 영화에 나타난 텍스트와 이미지

Abstract

본 논문에서는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화 <프로스페로의 서재 Prosperos Bücher>와 <필로우 북 Das Kopfkissenbuch>를 예로 들어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매체성의 관계를 고찰한다. 매체의 발전이 급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문자 매체의 중요성은 다른 이미지 매체와의 경쟁에서 그 중요성이 많이 퇴색되었다. 특히 현실을 재현한다는 부분에 있어서 문자 매체는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독점력을 상실하였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매체 간의 경쟁을 통하여 각각의 매체는 역할의 변화를 가져와 각자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문자매체는 실용적인 정보전달의 기능 이외에 예술 작품의 영역에서 이미지와 결합됨으로써 상호매체적 매체미학의 한 영역을 차지하였다.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화 <프로스페로의 서재>에서는 문자 및 텍스트와 현란한 영화적 이미지가 공존하면서 서로 다른 두 매체가 서로 동화되기도 하고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면서 다층적인 구조를 형성한다. 영화 속의 텍스트는 이미지 및 소리와 결합하면서 움직이는 텍스트가 되었고 때로는 소리와 결합한 컬러그림글자로서, 때로는 춤을 추는 문자로서 다양한 매체와의 상호연관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필로우 북>에서도 동양의 문자들을 더 이상 종이라는 매체와 결합시키지 않고 몸이라는 매체와 연결지어 책을 몸으로 묘사하였다. 그리고 움직이는 서예를 보여줌으로써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의 절묘한 결합을 시도하였다. 또한 이와 같은 상호매체적인 예술작품을 구현하는 데에는 매체의 기술적인 발전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문학과 영화의 사이공간, 즉 상호매체적 현상이 가시화된다. 다양한 매체의 공존을 통한 상호매체성이 현대 매체문화의 미학적 현상임을 주목해 볼 때,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화에서 나타난 상호매체성은 여러 매체를 단순히 결합하는 ‘혼합차원’을 넘어, 한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형의 차원’을 미학적으로 형상화하였다. 즉 이 변형의 과정에서 생성되는 ‘사이’와 ‘차이’의 무한한 전개를 부각시킴으로써 기존의 상호매체적 현상에 새로운 차원을 더하였고 상호매체성 개념의 심층화와 다층화를 가능케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