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발견에서 새로운 이름짓기와 은유 - 경락체계의 개명에서 드러나는 유사성과 차별성 -

Abstract

1960년대 북한의 김봉한 연구진은 한의학의 경락체계에 해당하는 생체순환 조직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 내부에 세포의 갱신을 일으키는 산알이 흐른다고 주장했다. 2000년대 현대 연구진들은 봉한체계의 재현 실험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이름짓기를 시도했다. 즉 경락체계는 봉한체계, 프리모관계, HAR-NDS로 불렸는데, 각 이름짓기 과정마다 이전에 비해 새로운 발견 내용이 제시됐다. 은유의 관점에서 볼 때, 봉한체계는 경혈이나 경맥과 다른 생물학적 구조물이었음에도 그 명명에서 경락체계와 불완전한 경계화 작업이 이뤄졌다. 프리모관계는 봉한체계와의 차별화를 위해 등장했으나 여전히 경락체계의 개념과 연결돼 있었으며, 산알은 마이크로세포라고 명명되면서 원래와 다른 의미를 갖게 됐다. 이들에 비해 HAR-NDS는 은유 없이 경계화가 시도된 이름이었지만, 그 내용은 김봉한 연구진의 테두리 안에 있었다. 이번 사례 연구는 과학계의 새로운 명명의 배경과 의미를 수사학의 관점에서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