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분석을 통해 본 영화 〈Minari〉(2020)의 구조와 의미

Abstract

이 글은 리 아이작 정 감독의 〈Minari〉(2020)의 서사 구조와 의미를 인물을 중심으로 살핀 것이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미국 시골에서 농장을 개척하는 한국계 이민자 가족을 그리고 있다. 서사는 아칸소에서 한국작물을 재배하는 농장을 일구려는 남편 제이콥과 이산(離散) 없는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중시하는 아내 모니카 간의 부부갈등과 한국 할머니 순자와 미국 손자 데이빗 간의 문화와 세대 차를 넘어선 소통과 이해의 과정을 근간으로 한다. 가족서사물에서 인물은 사건을 추동하고 그를 통해 주제를 구현하는 핵심요소인데, 이 작품에서는 제이콥, 모니카, 순자, 데이빗이라는 4인의 성격과 극중 밸런스가 주제의 구현과 작품의 완결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있다. 제이콥은 가부장적이고 독단적인 면은 있지만,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자적인 용기와 성실성을 갖춘 가장으로 가족의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한다. 모니카는 아픈 아들의 치료와 가족의 이산(離散)을 막기 위해 어떤 고달픔도 감내하고자 하는 책임감 있고 성실한 여성이지만 걱정이 많은 성격이다. 아칸소로의 이주와 농장 개척 문제로 부부는 갈등을 겪지만, 감독의 유년기에 해당하는 아들 데이빗의 시각에서 이들은 분투하는이민 1세대이자 헌신적인 부모이다. 이 영화의 따뜻함은 일차적으로 부모세대를 향한 이민 2세인 감독의 감사와 존경의 시선에서 비롯된다. 아들 데이빗은 똑똑하고 장난기 많은 소년으로 한국에서 온 낯선 외할머니와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한약, 화투 등 한국문화를 접하며 점차 외할머니를 가족의 일원으로 수용해 간다. 전쟁미망인인 외할머니 순자는 특유의 낙천성과 따뜻함으로 손자와 모니카를 돕고 영화 전반을 밝게 받쳐 준다. 순자의 치매로 창고에 불이 나는데, 이 영화에서 화재는 결과적으로 제이콥 일가의 이산을 막는 계기로 작동한다. 손자와 외할머니의 티격태격함으로 이주와 동화의 난제를 묘사한 이 영화는 이민자 서사로는 드물게 부드러운 분위기를 띠고 있다. 후반으로 갈수록 가족애라는 주제가 전면화되면서 〈Minari〉는 보편적인 가족 서사로 변모해 간다. 결국이 영화는 미국 내 이민자 가족의 아메리칸 드림 추구과정에서 부딪치는 난관들을 가족구성원들이 서로를 돌보며 언제나 함께하는 가족애의 힘으로 극복해 가는 ‘이민자 가족영화’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