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 리의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에 나타난 글로컬 시대의 트랜스문화적 주체 구성과 보편적 휴매니티 탐구

Abstract

이 글은 민진 리의 첫 장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을 벨슈의 트랜스문화론으로 분석한 것이다. 이 작품은 미국 내 소수인종문학으로서 한국계 이민자인 마이너리그가 미국 상류사회인 메이저리그에 진입하고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이민자 가족서사로서 세대와 문화가 다른 이민 1세대와 2세대 간의 충돌과 간극의 문제를 담고 있다. 한국계 이민 2세인 케이시는 대학시절 자신의 정체성에서 ‘한국계’를 소거하고 ‘미국인’으로 단일화하고자 하여 백인 상류층의 문화를 모방하며 살았다. 하지만 그녀는 백인 남자친구 제이와의 연애와 월 스트리트에 소재한 고소득 직장에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난한 동양계 여성으로 미국사회의 마이너리그임을 자각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다가 점차 진로를 수정하고 트랜스컬처한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해 간다. 또 하버드 출신의 한국계 이민 2세인 테드는 남의 이목을 중시하는 한국계 이민자의 관습을 깨고 성적으로 방만하지만 자신에게는 천사인 델리아와 결혼하는 파격을 통해 자신만의 진정한 행복에 다가간다. 작가는 문화적 배경이 다른 주체들을 편향되지 않게 서술하기 위해 다관점적 서술시점으로 각 인물의 내면을 조망한다. 이를 통해 케이시는 이민 1세대인 아버지 조셉을 인간적인 관점에서 이해해가며, 미국사회 내 인종차별이 쌍방향적임을 깨닫고,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에서 ‘한국계’가 소거될 수 없는 요소임을 알게 된다. 작가는 미국사회가 취업과 결혼 문제에서 여전히 인종, 계층, 젠더라는 근대적 경계들로 위계화된 일면이 있음을 비판적으로 보여주면서 상류 백인층과 한국계 이민자 문화의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모두 조망한다. 이민 2세대인 케이시나 테드는 결국 ‘한국계’라는 한정사에 갇히지 않고 맥락에 따라 여러 국적과 인종의 문화들에서 취사선택한 준거들로 자신만의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구성해가는 트랜스컬처한 주체들이다. 서사의 후반에 작가는 문화적 정체성이 다른 개인들이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외장 너머의 보편적 휴매니티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민 2세대들이 욕망하고 상처받고 실수하고 성찰하면서 체득한 글로컬한 시공간에서의 휴매니티는 자기기만이 없는 삶, 공감과 교류의 연장선상에 있는 섹스, 신뢰에 기초한 연애와 결혼, 인간관계에서의 배려와 세련된 매너 등이다. 결국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는 이민자 나라인 미국 내의 문화적 충돌 문제에서 출발하여 글로컬한 시대의 보편적인 휴매니티를 탐구하는 데로 나아가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