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itic for the art of Ryu Hyu-yeol: the Hwaam World.

Abstract

무(巫)교의 굿이 지역 서민들의 삶의 무게를 떠받쳐준 의례라면, 우리 민족의 정신을 지탱해준 전통 종교철학은 민속 문화와 결합된 채 토착화된 불교 철학이다. 오랜 세월 동안 민족 공동체의 정신적 틀을 형성해왔던 불교이기에 또한 무교 못지않게 한국 문화의 원형을 구축해온 근원이기도 하다. 특히 지역성과 민족성을 강조한 유휴열 작가의 작품 안에서 양자는 예외 없이 작업에 영감을 불어넣는 동양정신의 원천이고, 상호작용을 통해 넘치는 소재들을 제공해주는 묘판이 되기도 한다. 한국의 선불교는 법과 경전을 앞세우기보다도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실천적 측면이 더 강하다. 좌선을 통한 치열한 자기응시로 견성(見性)을 이루어 마침내 성불에 달하는 것을 최대 목적으로 하는 종교이다. 그러므로 피안의 초월적 존재를 우러르기보다 자기 본성을 발견하여 득도하는 과정-돈오점수 혹은 돈오돈수-이 더 중시된다. 수행이 먼저 이루어져야 마음의 이치를 득하게 되는 순서니까, 내면으로 깊숙이 몰입하여 고요히 머무는(禪定) 태도는 바른 깨우침의 고귀한 자세로 평가된다. 필자는 이 禪의 자세를 성과 속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 특히 예술가와 학자들의 매진하는 자세와 비교하는 습관이 있다. 실상 유휴열 작가의 작업 태도 즉 40여 년 이상 모악산 자락에서 은거자처럼 작업생활에만 몰입해 온 자세도 그렇게 평가하고 싶다. ‘매일 오전 6시에 일과를 시작해 오후 늦게 '퇴근’하는 일상,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작업에만 몰입하고자 하는 열망은 수도자의 그것처럼 겸허하면서도 권위 있어 보인다. 물론 그는 종교 구도자와 달리 진정한 아름다움의 진리를 저쪽 세상, 피안에서 찾지 않고 이쪽 세상인 삶의 한 가운데서 찾는다. 미륵하생 신앙의 태도처럼 이곳 현실 속에서 각양각색의 형상들을 가지고 진정한 미를 추구하며 실현하려 한다. 이 같은 방향성은 작가의 회고대로라면 중학교 시절 은사인 신석정 시인의 충고를 따랐던 결과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생활 한 가운데에 있다.” 그래서 그는 모악산 지역의 토착 문화와 무속 전통에 뿌리내린 서민들의 삶과 놀이 가운데서 갖가지 다양한 소재들을 발견한다. 자연과 인간의 어울림 속에서 찾고, 남성과 여성의 조화 속에서도 찾으며, 부처상과 만다라, 굿놀이와 상여행렬에서도 찾는다. 마치 세상의 온갖 형상들이 지고한 미를 품은 씨앗인 것처럼, 그냥 지나침 없이 하나하나 내면으로 감동하고 깊숙이 몰입하여 응시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