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도산서원의 회화적 구현과 그 의미 - 姜世晃과 鄭敾의 陶山書院 그림을 중심으로

Abstract

陶山圖는 李滉(1501~1570)을 배향한 도산서원 일대를 그린 그림으로서, 기본적으로 이황에 대한 존숭의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황 사후에 도산서원은 이황의 유거지일 뿐 아니라, 영남 남인의 정치적 중심지이자, 영남 지역의 명소로 이름나 있었다. 따라서 도산도는 제작자의 신분이나 학파에 따라 다른 의도와 표현 방식을 가지고 제작될 수밖에 없었다. 본 논문은 18세기 중반, 조선을 이끌던 두 화가, 姜世晃(1713~1791)과 鄭敾(1676 ~1759)을 통해 도산도의 서로 다른 제작 관행을 살펴보았다. 이들은 각각 이황의 문인과 비문인이 제작했던 도산도의 전형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강세황과 정선 개인의 회화관과 사연으로 인해 독특한 특징을 가지게 된 모습을 보여준다. 강세황의 <도산도>는 근기 남인의 영수였던 李瀷(1681~1763)이 가지고 있던 <도산도>를 모본으로 삼은 것으로서 이황의 문하에서 제작되던 도산도의 전범을 따르고 있다. <武夷圖>와 함께 장첩하여 주자(朱熹, 1130~1200)에서 이황으로 이어지는 道脈을 강조하였으며, 이황의 詩題에 근거하여 그림 속 경물에 자세히 기명함으로써 이황의 은거지를 적극적으로 재현하였다. 강세황은 이처럼 전통적인 도산도의 특징을 따르면서도, 기존의 지도식 표현과 절파화풍을 사용하는 대신 사실적인 자연 묘사와 남종문인화풍을 사용하였다. 이는 실경 산수화에 대한 독자적인 견해를 가졌던 문인화가 강세황의 특징을 보여주는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정선의 <도산서원>은 정선이 영남에 하양현감으로 부임하던 시절에 그렸던 ≪嶺南帖≫을 모본으로 하여 부채에 옮겨 그린 것이다. ≪영남첩≫에는 도산서원 뿐 아니라 해인사와 같은 사찰도 포함되었으며 절경으로 이름난 정자와 누대가 주로 포함되었다. 도산서원은 정선이 여행한 영남의 한 명승지로 그려진 것이다. 기명 표기도 없이 도산서원 주변만 간략하게 포착한 방식은 이를 더욱 잘 드러낸다. 한편 정선은 이황의 도산서당 이전의 거처였던 溪上書堂을 그렸다. 정선은 이황이 계상서당에 머물 당시에 남겼을 것으로 보이는 “朱子書節要序” 친필을 소장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宋時烈(1607~1689과 외조부 朴自振을 거쳐 자신에게 물려진 것을 기념하여 이황, 송시열, 박자진, 그리고 자신까지 포함하여 4인의 거처를 함께 그려 가지게 된 것이다. <溪上靜居>는 학맥을 통하지 않고 정선 개인의 사연 속에 자리 잡게 된 이황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다. 도산도는 이처럼 성리학적 상징성의 추구와 실경의 사실적 재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구현하였다는 점에서 조선시대 산수화에서 대단히 독특한 화제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산도는 한 인물을 상징하는 유적이 제작자나 시대, 목적에 따라 다용하게 변용되었음을 볼 수 있는 사례로서 의미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