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대 心田 安中植의 실경산수화에 나타난 근대성

Abstract

안중식은 조선시대 마지막 화원화가이자 그림의 수요자에 응대하면서 조선시대 회화의 말미를 장식한 화가로 평가 받아왔다. 본고에서는 1915년에 제작한 실경산수화인 <영광풍경>과 <백악춘효>를 통해서 안중식의 근대적인 미술인으로서의 면모를 고찰하였다. 안중식은 일찍이 1881년 천진에서 1년간 영선사로 파견되었고 이후 1891년과 1899년에 상해를 다녀왔으며 1900년 전후해서 약 2년간 일본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당시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새로운 문물과 미술을 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현존 작품들은 길상성이 강한 기명절지도, 도석인물화, 노안도나 관념적인 산수화들이기 때문에 그가 새로운 문물을 접하면서 체득했을 근대적 면모를 찾기가 어려웠다. 본고에서는 막연히 실경으로만 알려져 왔던 <영광풍경>과 <백악춘효> 어느 정도로 실경인지를 고찰하였다. 현재 <영광풍경>과 직접 비교할만한 사진을 없었지만 이 그림이 그려졌던 장소인 체화정 자리를 살펴본 결과, 안중식은 눈앞에 펼쳐진 마을의 경치를 그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성이 카메라로 본 듯이 기계적 시각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주문자의 가옥을 화면의 중심에 놓고 지형지물로 이 가옥을 감싸는 방식으로 주문자를 배려한 작품이다. 한편 <백악춘효>은 광화문광장에서 광화문, 경복궁, 북악산을 바라본 시점에서 일점투시법을 적용해서 그린 작품인데, 실제 현장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장축의 화폭에 압축하면서 다소 어색하지만 세부적인 표현은 동시대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다. 이러한 표현은 당시 널리 퍼져 있던 사진을 이용했을 것이다. 한편 <백악춘효>는 시각적인 사실성에서 근대성을 찾을 수 있으면서도, 일제강점으로 경복궁이 훼철되는 현실을 목격하고 이에 대한 아쉬움과 복원 의식이 담긴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영광풍경>과 <백악춘효>는 관념적인 화풍이나 길상적인 내용이 아닌 화가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관찰하여 사실적으로 재현했다는 측면에서 근대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동시에 지금까지 <백악춘효>의 후원자가 조선왕실과 조선총독부로 알려져 있었으나, 제3자이거나 작가 스스로 일제에 의해 스러져가는 경복궁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내고자 그렸을 가능성도 개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