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외상과 반-기억: 수잔 하우의 다시 읽는 미국역사

Abstract

본 논문은 수잔 하우(Susan Howe)의 해체 시학(disjunctive poetics)이 어떻게 역사적 외상(historical trauma)과 반-기억(counter-memory)을 재현하고 있는가를 그녀의 시집, [특이점들(Singularities)]에 수록된 두 편의 시들, [시간 안에 소리 형식의 발화(Articulation of Sound Forms in Time)]와 [쏘로우(Thorow)]에 초점을 두고 분석한다. 하우의 시적 탐구는 역사를 시적으로 다시 읽는 시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하우는 ‘역사의 어두운 측면’은 억압되고, 감추어지고, 신비화되어 사라져버렸음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공식적인 역사서술과 담론에서 배제된, 역사의 중요한 사건과 인물을 시에서 형상화한다. 특히, 하우는 초기 청교도 미국역사 서술에서 드러나는 오류와 간극에 주목한다. 하우는 메리 로우랜더슨(Mary Rowlandson)과 호프 애서톤(Hope Atherton)의 포로 이야기(captivity narrative)를 예로 들면서, 청교도 공동체에 다시 복귀한 화자들이 신의 권능과 자비를 칭송하지만, 인디안과 원시림에 대한 기억은 결코 지워지지 않고 무의식에 출몰하고 있음을 밝힌다. 이는 헤게모니 담론에 통합되기를 거부하는 ‘반-기억’의 담론 형태로 작품 속에 투영되어 나타난다. 하우의 시는 초기 미국의 역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역사적 외상’이 반-기억의 형태로 재현되는 것을 예리하게 묘사하며, 나아가 미국문학사에서 주변화된 목소리를 복원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하우 시의 특징은 역사의 서술에서 삭제되고 기록에서 제외된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여 기존의 역사서술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하우 시에서 나타나는 분절화되고 파편화된 시 행들은 ‘역사적 외상’을 겪는 화자의 심리를 재현함과 동시에 역사 서술에서 드러나는 폭력성을 상징적으로 그린다. 따라서 문법 체계를 해체하고 담론을 분열시키는 하우 시의 혁신적인 실험은 역사 속에서 침묵해온 목소리를 복원하는 시도를 나타낼 뿐 아니라, 전통적인 역사서술이 지닌 가부장적 권위에 대한 저항과 도전을 함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