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그림책 읽기에서의 공감의 양상과 의미

Abstract

본 연구는 공감이 인간과 텍스트를 비롯한 타자 사이의 소통과 이해에서 갖는 의미를 출발점으로 삼아 이루어졌다. 공감의 의미를 아동의 그림책 읽기 상황을 통해, 좁게는 텍스트라는 대상 이해의 관점에서, 또 더나아가서는 자아와 타자 및 세계 이해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환경 문제와 빈곤, 전쟁, 따돌림, 인종차별, 아동 노동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와 자아 존중감, 정직, 우정과 같은 인류 보편의덕목을 소재로 한 그림책 31권을 선정하여, 초등학교 6학년생 30명을 대상으로, 독서 감상문을 수집, 이를 공감의 관점에서 질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결과, 첫째 아동 독자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건이나 텍스트와의 유사성을 토대로 등장인물의 정서에 쉽게 공감하였다. 이는 독자의 경험의 크기와 다양성이 공감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아동 독자들은 전쟁과 같이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상을 통해 등장인물의 역할을 대신해봄으로써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인물의 고통을 이해하였다. 이는 공감이 독자가 경험의 유사성을 토대로 동질감을느끼는 대상에게만 가능한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아동은 역지사지의 역할수행을 통해 자신에게 낯선 등장인물 또한 이해하고 공감할수 있는 역량을 지닌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독자의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자신의 경험에 기반 한 자아의 무한 반복 재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보다 폭넓은 확장에 이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사실로여겨진다. 이는 또 역으로 텍스트가 현실에서 경험이 제한된 아동 독자에게 다양한 간접 경험을 제공해줌으로써 공감의 가능성을 더해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아동 독자들은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믿음을토대로 인물들의 삶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아동 독자의 대상에대한 공감 가능성은 상당 부분 아동 독자의 가치지향에 좌우된다는 것을말해준다.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믿음은 아동 독자를 극심한 빈곤과전쟁과 같은 낯선 상황에 자신을 놓아보고, 등장인물의 역할을 대신하게추동함으로써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낯선 상황에 대한 아동 독자의 공감은 텍스트의 현실을 하나의 완결된세계로서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판적 읽기를 통해그 깊이를 더함을 알 수 있었다. 넷째, 아동 독자는 텍스트의 또 다른 현실 속에 자신을 위치시켜 보며 자신을 이해하고 타자를 긍정할 수 있는기회를 얻고, 나아가 더 좋은 사회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이렇듯 공감은 텍스트에서 사건을 담당하는 인물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에는 텍스트 밖에 있는 독자 자신과 서로 다른 타자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에 대한 이해를 거쳐 더 나은 사회에 대한 동력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