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先蠶樂章 연구

Abstract

신라와 고구려 초기부터 왕이 농사와 양잠을 권장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본격 선잠제는 아니라 해도 우리나라에서 농업과 함께 양잠을 권장한 역사는 오래다. 중국은 황제의 원비였던 서릉씨의 딸 누조가 처음으로 백성들에게 양잠을 가르쳐 천하에 얼어 죽을 근심이 없게 했으므로 후세인들이 그녀를 선잠으로 삼아 제사했다 한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에 이르러 서릉씨를 주신으로 하는 선잠제의 제도와 절차가 완비되었으며, 그 가운데 樂舞의 절차도 중국이나 조선조의 것과 비교해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조의 경우 정종 2년(1400년)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선잠에 제사했으며, 그 이듬해인 태종 1년(1401년)에 선잠악장을 새로 지었다. 정종 때 처음으로 선잠에 제사했다는 것은 고려와 구별되는 새로운 제의가 시작되었음을 암시하는 일이며, 태종 때 선잠악장을 새로 지었다는 것 역시 고려의 그것과 구별되는 새로운 악장의 제작을 암시하는 언급이다. 친잠의 절목이 완성을 본 것은 성종 대에 이르러서였다. 물론 辨祀나 時日, 壇壝, 神位, 祝版, 幣帛, 牲牢, 軒架․登歌․舞 등은 이미 세종 대에 제도 전반의 완성을 보인 바 있으나, 기타 소소한 문제들은 그 후에도 계속 논의가 되었다. 그 가운데 각종 典據를 바탕으로 성종 7년에 수정한 친잠의 절목은 다양한 문헌들을 근거로 했을 악장 제작의 관습 또한 추정할 수 있게 한다. 선농과 함께 선잠은 정치적으로 크게 중시되던 제의였다. 선잠악장의 텍스트는 많은 부분들이 『시』에서 수용되었고, 그 다음은 『易』이나 『書』 등 경서(혹은 그에 대한 해설), 『五禮通考』와 같은 典禮書 등에서 摘句해 왔으며, 나머지 소수의 부분들만 창안으로 보인다. 이처럼 조선조 아악 악장들의 형태적․내용적 범주 안에서 만들어지고 사용되던 선잠악장은 넓게 보아 『시』 이후 중국 고전들과 역대 악장들을 충실히 수용함으로써 祭儀의 동아시아적 표준이나 보편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전폐악장>에서는 엄연한 모습의 신령에게 폐백을 올린 다음 신령의 흠향을 기원했고, <초헌악장>에서는 제도의 유구함과 잠신의 은혜에 대한 찬양 및 신령의 來臨을 기원했으며, <철변두악장>에서는 제사의 盛了에 대한 선언과 신령의 강복에 대한 믿음을 토로하는 등 전반적으로 잠신의 덕과 양잠제도의 혜택에 대한 선양으로 일관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