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채호의 폭력론과 저주의 글쓰기

Abstract

본고에서는 민족의식을 염두에 두면서도 그로부터 다소 빗겨난 ‘폭력론’의 문제설정을 통해 신채호 사상의 맥을 짚어 보는 동시에, 그 폭력론에 조응하는 신채호의 세계감(世界感)이자 글쓰기를 추동하는 원천적 힘으로서 저주의 감정에 대해 살펴보려 했다. 신채호에게 폭력은 제국주의 세력의 물적 토대를 타격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폭력론의 문제설정을 통한 신채호의 이해는 특정한 이념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그의 사유와 행위의 역사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미덕을 발휘한다. 하지만 지배집단의 헤게모니를 가능케 하는 상부의 문화구조를 타격하기 위한 글쓰기에 집중을 했던 사람이 바로 신채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신채호의 폭력론을 추동하는 핵심적 동력인 저주의 감정에 천착해서, 폭력론에 조응하는 저주의 글쓰기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그가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소극적 자유에 집중적인 관심을 두고 있음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미약하나마 공동체의 운영과 의사결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적극적 자유까지도 사유하고 있다는 추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결론적으로 신채호의 폭력은 새로운 미래를 여는 창조적 폭력이요, 그의 저주는 평화와 상호공존의 씨앗을 품고 있는 생산적 저주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