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충실의무의 구체적 유형에 대한 비교법적 연구

Abstract

우리나라 상법은 1998년 개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를 인정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미국의 입법례를 모델로 하여 기존의 이사의 선관의무와는 별도로 충실의무를 성문법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충실의무의 구체적인 유형으로 대개 이사의 자기거래, 이사의 보수, 이사의 회사기회의 유용 및 경업금지의무를 들고 있다. 우리 상법도 이들 유형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우리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의 구체적인 유형을 미국법과 비교하고 개선책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본고에서의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미국에서 이사의 자기거래는 이해관계가 없는 과반수 이사들의 승인으로 유효하게 된다.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당해 거래를 개시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공정하여야 한다. 이처럼 미국에서 이사의 자기거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공정성(fairness)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우리 상법에 따를 경우에도 이사회의 승인이 있어야만 이사의 자기거래가 유효하다. 그러나 미국법과는 달리 우리 상법은 당해 거래가 공정하여야 하는가의 여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미국에서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다르게 정하지 않는 한 이사회의 결정사항이다. 그러나 이사의 보수가 너무 과도한 경우에는 이사의 자기거래와 같이 이익충돌의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사의 보수도 회사에 대해 공정(fair)하여야 한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는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서 정하지 않는 때에는 주주총회가 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사의 보수가 공정하여야 하는가의 여부에 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대법원의 판례도 절차적인 요건의 충족여부에만 관심을 둘 뿐 실체적 공정성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이사는 회사기회를 유용할 수 없으며 회사와 경업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없는 이사 또는 주주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이사의 영업기회가 회사에 속하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미국법은 공정성 요건 등 다양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상법도 미국법과 유사하게 이사회의 승인이 없으면 회사와 경업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법과는 달리 우리 상법은 공정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이상의 유형에서 보듯이 미국법은 우리 법과 달리 공정성을 중요한 요건으로 삼고 있다. 우리 상법은 이사와 회사간에 이해충돌우려가 있는 행위도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면 유효한 것으로 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가 소유경영자 중심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절차적 요건 이외에 공정성을 별도의 요건으로 요구하여야 한다. 우리 상법도 그러한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