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비평과 정신분석 방법론

Abstract

본 연구는 김현 비평에 나타난 정신분석 방법론의 형성·변화 과정과 김현 비평에서 정신분석 방법론이 차지하는 의미 규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는 김현의 정신분석 방법론이 프로이트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사르트르의 영향 하에 지속적으로 수정·변화되고 있다는 관점에서 분석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김현의 정신분석 방법론이 텍스트 해석 방법의 차원을 넘어 윤리학의 차원으로 확대되어 나타나고 있고 이것은 김현 비평의 이념적 지향이었던 ‘개인’, ‘자유’ 개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밝히려 하였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의 탐색을 위해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우선 2장에서는 김현 비평에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어떤 방식으로 수용·적용되고 있으며 김현이 프로이트 이론을 극복의 대상으로 간주한 이유는 무엇인가를 탐색하였다. 김현은 프로이트 이론에서 문학의 전복적 가능성의 근거를 찾지만 프로이트 이론에 내재한 비관주의, 이성적·윤리적 측면을 간과할 위험성, 결정론적 경향이라는 한계의 극복을 자신의 비평적 과제로 설정했음을 확인하였다. 3장은 김현 비평에서 사르트르 정신분석의 영향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사르트르의 정신분석은 프로이트 이론의 극복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는가를 추적하였다. 그 결과 김현은 사르트르 이론에서 유년기의 성적 영향 외에 개인의 선택·책임이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하고 정신분석 방법론을 개인의 자유·책임을 강조하는 윤리학의 차원으로 확대하여 정립하고 있음을 밝혔다. 마지막 4장에서는 김현의 정신분석 방법론의 귀결점은 무엇이고 이것은 김현이 평생에 걸쳐 지향한 이념인 개인·자유와 어떤 관련성을 맺고 있는가를 추적하였다. 김현의 정신분석 방법론은 시대적 상황의 압력 속에 재구축되면서 텍스트 해석 기술의 차원을 넘어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책임윤리의 차원으로까지 확대된다. 김현이 도달한 개인적 자유는 더 나은 세계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자유로운 세계를 향한 문학적 노력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책임의식의 형태로 귀결된다. 요컨대 김현의 정신분석 방법론은 정신적 상처의 뿌리를 추적한 뒤 부정적 요소의 승화를 추구하되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책임의 윤리에 대한 요청의 형태로 귀결된다. 이때의 책임이란 고통을 통해서만 더 나은 세계의 도래가 가능하다는 믿음, 더 자유로운 세계를 향한 욕망, 경직된 진리에 대한 의심을 포괄하는 윤리적 태도이자 존재론을 의미한다. 이것이 프로이트에 뿌리를 둔 김현의 정신분석 방법론이 사르트르 이론과의 영향 관계 속에서 도달한 최종적 형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