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개방의 징후적 서사 — ≪작렬지(炸裂志)≫ 小考

Abstract

본 글은『작렬지』를 통해 관방의 역사에 기재되지 못한 개혁개방의 이면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역사지라는‘비소설적’형식과 작중 화자와 실제 화자의 모호함, 그리고 신실주의가 넓혀놓은 현실과 허구의 반경 속에서 작품은 중국이 경험한 개혁개방의 보이지 않았고, 존재하지 않았(듯 보이는)던 진실을 드러낸다. 특히 농촌의 도시화라는‘사건’은 아무런 기반도 없던 농촌이 국가의 부름에 어떻게 응답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곧 관방의 역사에 기재된 거대한 숫자와 물리적 공간이 보여주는 도시화가 아닌 다른 모습의 경험은 개혁개방과 도시화의 이면을 들추어내며‘개혁개방 40년’을 지나온 중국의 지금을 반추하게 한다. 이를 통해 도시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그 속에서 누락되고 잊혀진 것은 무엇인지를 통해 도시의 기능과 가치에 대한 새로운 맥락을 짚어낼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의 전체적인 윤곽과 맥락은 윤리강상의 퇴보, 전통의 소실, 인성의 파괴가 개혁개방부터 시작되었다는 지점으로 향한다. 작가는 역사지의 형식 속에서 상대적으로 문혁시기를 간략화하고 위와 같은 폐단의 시작점을 개혁개방으로 설정하여 강도 높게 비판한다. 작가의 이러한 시도는 물론 그 자체로 의미 있지만, 그 시도의 근거와 필연성이 독자들에게 충분히 납득되어야 한다. 역사지와 신실주의라는 난해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가볍지 않은 울림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이 시도를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는 절실함과 필연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절실함과 자기근거는 개혁개방으로 야기된 도시화의 비판이라는 지점으로 모으기 위해 소설의 모든 부분을 동원한 의심으로 귀결되면서 그 한계를 드러낸다.